[기자의 시각] 이낙연 총리의 또 '언론 탓'

입력 2019.07.13 03:09

김동하 정치부 기자
김동하 정치부 기자

11일 열린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의 답변을 듣다가 당혹한 대목이 있었다. 이 총리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해 "보도된 바에 따르면 일본 측이 근거로 삼았던 자료가 국내의 '불확실한 보도' 또는 '정치권의 유출'에 의한 것이었다고 하는데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일본이 대한(對韓) 수출 규제 조치가 정당하다며 아전인수(我田引水)로 내세운 '한국의 전략물자 무허가 수출 적발 및 조치 현황'이 국내 일부 정치권과 언론의 부당한 합작으로 탄생했다는 취지였다. 본지는 지난 5월 17일 당시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을 통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한국 기업이 전략물자 156건을 2015년부터 올 초까지 제3국으로 밀수출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최근 한국 정부의 전략물자 통제에 대한 불신(不信) 근거로 이를 활용했다.

본지 보도는 산업부가 공개한 통계 자료 등 '팩트'를 제시하면서 이를 통해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일본이 이를 자신들 입맛대로 활용해 우리나라를 공격한 행태는 분명 잘못됐다. 하지만 보도 자체를 '불확실하다'고 하고 '유출'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언론과 야당을 비판한 이 총리의 태도는 21년 경력의 언론인 출신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일본의 '억지 주장'에 대해 산업부가 내놓은 해명만 봐도 이 총리의 인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산업부는 해당 자료에 대해 "산업부 산하 전략물자관리원의 연례보고서를 통해 현황을 매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고 했다. '확실한 팩트'이자 '투명한 공지'라는 것이다.

산업부는 일본이 적발 건수를 공개하지 않는 점과 대비하며 "우리나라 수출 통제 제도가 효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 반증"이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해당 보도 역시 한국의 투명성을 입증하는 근거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미국도 무허가 수출 적발 실적 및 주요 사례를 공개하고 있다.

이 총리는 이번 정부에서 일부 보도가 정부 정책을 왜곡한다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 왔다. 이 총리는 작년 "일부 부정확한 보도로 국민께 오해와 혼란을 드렸다" "신문은 신뢰 위기까지 맞게 됐다" "언론이 야박하게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번 대정부 질문을 보면, 이런 발언의 진의(眞意)조차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들에게 불편한 뉴스라면 '오보'로 단정하는 이 총리의 편향된 언론관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일본이 자신들의 경제 보복 조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국내의 각종 자료를 이용한 아전인수, 침소봉대를 남발할 것이라는 건 예견된 일이었다. 이 총리가 진정 개탄해야 할 대상이 어디인지 되돌아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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