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129] You were remembered

조선일보
  • 이미도 외화 번역가
입력 2019.07.13 03:08

'진실이 신발을 신는 사이 거짓말은 세상의 절반을 달릴 수 있다(A lie can travel half way around the world while the truth is putting on its shoes).' 대문호 마크 트웨인의 촌철살인입니다. 실화 '나는 부정한다(Denial·사진)'에서 유대계 미국인 사학자는 날뛰고 내달리는 가짜의 발뒤축을 걷어찹니다. 그녀 이름은 데버라 립스타트. '전사'라는 뜻인 데버라의 전문 분야는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Holocaust)'.

영화 '나는 부정한다'

인류가 홀로코스트 희생자 1인을 위해 1분씩 묵념할 때 다 마치려면 11년 6개월이 걸립니다. 희생자가 600만명이니까요. 영화엔 묵념을 비웃을 영국인이 등장합니다. 비주류 사학자 데이비드 어빙입니다. 그는 히틀러 광신도, 인종차별주의자, 그리고 홀로코스트 부인론자입니다. 그가 데버라의 책 중 자신을 비판한 내용을 내세워 명예훼손 소송을 겁니다. 목적이 따로 있습니다. 희대의 재판으로 논란을 증폭해 주류 학계에 진입하는 것.

전사의 사명감은 뿌리가 이 명구에 닿아있습니다. '좋은 미래를 원하거든 역사를 기억하라(Remember the past to build the future).' 악의 목적은 인류를 유혹해 나쁜 미래로 이끄는 것이지요. 그녀는 선한 사람들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을 때 악이 승리한다는 교훈을 세상에 알리려고 법정에 섭니다.

무대는 2000년 영국. 역사적으로 성립 불가능한 결론을 도출하려고 '가스실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히틀러는 학살을 지시한 적 없다'고 주장하는 데이비드는 피고 측이 내미는 팩트와 증거 앞에서도 칼날을 세웁니다. 그건 궤변이라는 이름의 비기(祕器)입니다. 주도면밀한 그의 역사 날조와 거짓말이 조목조목 발가벗겨지는 법정 진검승부는 가려둡니다.

'사자(死者)를 잊는 건 그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To forget the dead is to kill twice).' 이걸 설파한 후 데버라는 재판을 지켜본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잊히지 않았습니다(You were remembe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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