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계산된 홀대 말려들지 말고 냉정하게 대처해야

조선일보
입력 2019.07.13 03:14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어제 도쿄에서 열린 한·일 첫 실무협의에서 일본 측이 우리 대표단을 의도적으로 홀대했다. 일본은 창고를 연상시키는 어수선한 곳에 테이블 두 개를 붙여서 임시로 회의장을 마련했다. 바닥에는 전선이 정리되지 않은 채 튀어나와 있었다. 먼저 앉아 있던 일본 관리들은 우리 대표단이 들어설 때 인사도 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정면만 응시했다. 악수를 하거나 명함 교환도 하지 않았다. 테이블 옆 화이트보드에는 '사무적 설명회'라고 써 붙여놨다. '한국 정부가 이번 조치를 궁금하게 여기니 설명할 뿐 한국 입장은 듣지 않겠다'는 의미다.

평소 외국 손님을 맞을 때 '오모테나시'(극진한 환대)를 내세우는 일본에서 실무 관리급이 자체 판단으로 이런 결례를 할 수는 없다.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철저하게 계산된 푸대접이다. 일본은 최근 아베 총리뿐 아니라 관료, 집권당이 뭉쳐서 한국을 공격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오사카 G20 정상회의 때 20여 국가 및 국제기구와 회담을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만 만나지 않았다. 정부와 언론은 확실한 근거도 없이 '한국에 수출된 전략물자가 북한 등으로 밀반출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불신감을 키워 이를 경제 보복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서 촉발된 최근 한·일 갈등은 일본 측이 불만을 가질 수 있는 문제다. 그들이 보기에 한·일 협정에 어긋나는 판결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역 보복이라는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무역을 끊겠다는 것은 적대행위로서 외교 갈등의 해법이 될 수 없다. 외교 문제는 대화와 교섭으로 풀어야 한다.

모든 일을 사전에 계획하고 준비하는 일본의 특성상 이번 홀대 행위도 의도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흥분하면 일본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처해야 한다. 우리 사회 일부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일으키려는 것도 득이 되지 못한다. 일본은 한국 정부와 한국민이 어떻게 나올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 그 계산과 다르게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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