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허위 자수시켜 침입사건 조작, 軍 기강 붕괴 수준

조선일보
입력 2019.07.13 03:15 | 수정 2019.07.15 09:44

지난 4일 경기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 탄약고 인근에 거동 수상자가 나타나 암구호를 확인하려 했으나 응하지 않고 달아났다. 이튿날 2함대 소속 병사가 "내가 한 일"이라고 자수했는데 헌병 조사 결과, 이 병사 상급자인 영관급 장교가 "수사가 장기화되면 부대원들이 고생할 수 있다"며 허위 자수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계 실패 책임론이 커질 것을 우려해 사건의 은폐·조작을 시도한 것이다.

군은 침입 사건 발생 3시간여 만에 "대공(對共) 용의점이 없고 내부자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고 한다. 거동 수상자가 도로를 따라 뛰고 랜턴을 들었다는 점 등을 간첩이 아니라는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거동 수상자가 밝혀지지 않고 있고, 현장 인근에서 잠수나 수영에 사용하는 오리발이 발견되는 등 이상한 정황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도 군은 서둘러 대공 용의점이 없다는 쪽으로 몰아갔다. 그래야 자신들에게 돌아올 책임이 가벼워지기 때문일 것이다. 거동 수상자가 우리 안보에 실제 위해를 가할지 모른다는 걱정은 뒷전이었다.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은 야당 의원이 이 사건을 문의할 때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경계 실패는 물론 상급자의 지시에 의한 허위 자수라는 심각한 군기 문란 행위조차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달 15일 북한 목선 사건이 벌어진 지 2주일 만의 일이다. 목선 사건으로 군은 호된 질타를 당했다. 목선이 삼척항에 입항하도록 까맣게 몰랐던 것도 문제지만 발견 장소를 '삼척항 부두'가 아닌 '삼척항 인근'이라고 속이려고 한 것이 국민적 분노를 샀다. 그런데도 국방장관은 경계 실패에 대해서는 "사과한다"면서도 "사실을 축소·은폐하려던 정황은 없었다"고 우겼다. 국무총리가 국회에 나와서 '삼척항 인근' 발표를 "못난 짓"이라고 대신 인정해야 했다.

목선 사건이 사실을 비틀어 발표한 경우라면 이번 2함대 사건은 사건을 통째로 조작한 것이다. 국방장관이 국민에게 거짓 발표한 것을 별것 아니란 식으로 뭉개고 지나가는 걸 보고 속이고 거짓말하는 것에 대한 내성이 생긴 모양이다. 가짜 범인을 만들어 낼 정도로 간이 커졌다.

지금 우리 군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적(敵)의 눈치를 보고 몸을 사리는 군대다. 북한이 화낼까 봐 행사 하나 제대로 못 하고 전전긍긍한다. '군사력이 아니라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고 주장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군대가 군대답기를 포기하면 기강이 유지될 수 없다. 군의 경계 실패와 보고 축소, 은폐·조작은 그에 따른 현상이다. 심각한 사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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