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목소리 내는 이낙연과 서열 2위 향방

입력 2019.07.12 18:34


문재인 정권에서 권력 서열 ‘넘버2’는 과연 누구일까. 권력 넘버2를 상상하는 일은 현 정권의 작동 원리를 분석할 때, 그리고 앞으로 전개될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여권의 내부 투쟁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관전 포인트다.

형식 논리로 대통령 유고 시 권력 승계는 맨 처음 국무총리에게 돌아간다. 그렇다면 이낙연 총리가 문재인 정권의 실질적인 권력 서열 2위인가. 이낙연 총리는 범여권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총리의 몇몇 최근 발언을 짚어본다.



이 총리는 왜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고 있을까. 얼마 전 광폭 개각에 총리 교체설까지 나오자 이 총리는 본인의 적토마에 말안장을 얹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아마 청와대에 있는 그 누구도, 여의도에 있는 그 누구도 이 총리를 실질적인 2인자로 지목하는데는 망설일 것이다. 이 총리 본인도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치 논리로 볼 때 다음 떠올릴 수 있는 ‘권력 넘버2’는 집권 여당의 이해찬 대표다. 그는 내년 총선의 인재영입 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지휘할 것이다. 그런데 그는 차기 대권 주자가 아니다. 그를 2인자로 지목하는 정치인은 아직 못 봤다. 여의도에서 ‘어른’ 대접을 받긴 하지만, 그러나 거꾸로 그것이 한계선이다. 다만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알 수 없다. 만에 하나, 내년 봄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 일등공신이 이해찬 대표라고 평가받는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권력 서열 2인자는 1인자와의 거리를 재보면 알 수 있다. 대통령과 거리가 비슷하고 ‘친문 핵심’이란 소리를 듣고 있는 사람, 이를테면 총선을 기획하고 있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대통령을 매일 만나는 노영민 비서실장, 대통령의 총애를 한 몸에 모으는 조국 수석, 이런 그룹이 아닐까. 박근혜 정부에서는 ‘기춘 대원군’ 소리를 들었던 김기춘 비서실장, ‘진박 감별사’였던 최경환 의원이 그런 2인자였다면, 문재인 정권에서는 아직 흐릿한 편이다.

다만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청문회 과정에서 과거 윤석열 후보자를 여러 차례 만나 국회의원 출마를 권유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여권에서는 "총선 전략의 모든 것이 양 원장으로 통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인재 영입’을 직접 챙기고, ‘공천 실세’로도 인식되고 있다. 양 원장은 경제학자와 전직 경제 관료로 구성된 ‘경제정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 이슈 생산을 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인재 영입, 공천 전략, 경제 이슈’, 같은 총선 3대 요소를 양 원장이 틀어쥐게 된다. 지금 실질적인 권력 서열 넘버2가 누구일까. 윤곽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우리가 어느 정권이든 대통령을 권력서열 제1위라고 보는 습관적인 태도는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프로) 운동권의 포로’라고 했다. 문 대통령을 ‘노빠의 아바타’라고도 했다. 장 대표는 문 대통령을 진정한 권력 보스가 아니라 어떤 세력들에게 얹혀 있는 대변인으로 본 것이다. 그렇다면 실질적인 1인자는 어떤 ‘세력군(群)’, 어떤 ‘그룹’을 말하는 것일까. 항간에서는 ‘재수회’를 거론한다. 2012년 대선 이후 ‘문재인을 재수시켜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모임’을 일컫는다. 양정철 민주연구원 원장, 서훈 국정원장, 노영민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조윤제 주미대사, 박광온 의원, 신현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 같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아마 그들은 이런 진단을 부인할 것이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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