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디지털稅 물리려 하자, 美는 보복관세 초강수

조선일보
입력 2019.07.12 03:01

애플·페이스북 등 30여社 해당… USTR, 불공정 조사에 착수

프랑스가 아마존·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에 이른바 '디지털세'를 부과하려고 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수퍼 301조'라는 초강수를 꺼냈다. 수퍼 301조는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제도나 관행에 대해 미 정부가 조사를 개시해 경우에 따라 관세 부과 등 보복 조치를 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프랑스가 미국 기업들에 세금을 매기면 미국 역시 프랑스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10일(현지 시각) 수퍼 301조에 기반해 프랑스가 추진하는 '디지털세'에 대한 불공정성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앞서 프랑스 재정경제부는 연수익이 7억5000만유로(약 9926억원) 이상이고 프랑스에서 연 2500만유로(약 331억원) 이상 수익을 내는 ICT 기업에 이들이 프랑스에서 올린 연간 총매출의 3%를 세금으로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불공정성 조사 착수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상원은 11일 관련 법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앞서 프랑스 하원은 지난 4일 이 법안을 의결했다.

글로벌 ICT 기업들은 각국에서 매년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본사나 지사를 세율이 아주 낮은 아일랜드·룩셈부르크 등에 세워놔 정작 수익을 보고 있는 나라에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아 논란이 돼 왔다. 프랑스의 디지털세는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미국 기업을 포함해 30여 기업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는 프랑스의 움직임에 분노했다"며 "트럼프가 테크 기업들에 가진 적대감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통령으로서 프랑스의 세금 부과가 곧 미국 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받아들인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조사 착수는 디지털세 도입을 검토하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도 있다.

디지털세를 둘러싼 미국과 프랑스 간의 마찰은 흔들리는 대서양 동맹의 현실을 보여준다. 유럽은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으로 미·유럽은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가치 동맹이자 강력한 군사 동맹이기도 하다. 이 동맹 관계가 경제적 이해관계를 최우선시하는 트럼프의 등장에 흔들리는 것이다. 트럼프는 기존의 외교 문법에서 벗어나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동맹국에 대한 압박도 서슴지 않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미국의 조치에 대해 "세금 문제는 우리 주권의 문제"라며 "동맹국 사이에서 (디지털세와 같은) 논쟁적인 문제는 '위협'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유럽 항공사 에어버스의 보조금도 문제 삼고 있으며, EU의 농산물과 공산품에도 고율 관세 부과를 추진 중이다. 올해 말에는 유럽산 자동차에도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이번 조치는 대서양 연안국들의 관계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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