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기피 유승준에… 대법 "17년 입국금지는 지나치다"

입력 2019.07.12 03:01

"17년전 법무부의 입국금지 지시 따를게 아니라 법대로 해야"
재외동포법 따르면 병역면탈자도 만 38세 이후엔 비자 내줘

병역 기피를 위해 2002년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갔던 스티브 유(43·한국명 유승준)가 한국에 올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법원은 11일 유씨의 한국 거주 및 활동을 위해 필요한 비자 발급을 거부한 우리 정부의 결정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17년 전 법무부 장관의 입국 금지 지시를 토대로 지금까지 유씨의 입국을 막고 있는 것은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취지였다.

스티브 유(한국명 유승준)가 2001년 8월 대구·경북지방병무청에서 징병 신체검사를 받는 모습(위 사진).
스티브 유(한국명 유승준)가 2001년 8월 대구·경북지방병무청에서 징병 신체검사를 받는 모습(위 사진). 유씨는 2015년 5월 인터넷 방송을 통해 병역 기피에 대해 무릎 꿇고 사과(아래 사진)했다. /연합뉴스·유튜브
대법원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이날 유씨가 "비자를 발급해달라"며 LA 총영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2심)을 깨고 유씨 승소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앞서 LA 총영사는 상급기관인 법무부가 2002년 유씨의 입국을 금지했다는 점을 들어 그의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다른 근거는 없었다. 대법원은 "LA 총영사는 법무부의 지시가 아니라 법에 따라 유씨의 비자 발급 여부를 자체적으로 심사해야 했는데 그리하지 않아 위법"이라고 밝혔다. 법대로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유씨가 LA 총영사에게 재외동포 비자(F-4)를 발급해 달라고 신청했을 때는 2015년 8월이다. 당시 재외동포법에는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한 사람이라도 국익을 해칠 우려가 없는 한 만38세가 되면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고 돼 있다. 당시 유씨는 만 38세였다. 또 출입국관리법상 국내에서 범죄를 저질러 추방된 외국인도 5년이 지나면 원칙적으로 국내 입국이 가능하다. 유씨는 그때 입국이 금지된 지 10년이 넘었었다. 법대로만 보면 그의 비자 발급을 거부할 이유가 빈약했다.

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이 역대 정부가 유씨 입국을 막은 근거는 법이 아니라 사실상 여론이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유씨가 2015년에야 뒤늦게 소송을 낸 것도 법 규정으로만 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재외동포법상 한국으로 들어갈 수 있는 나이(만 38세)가 되자 곧바로 소송을 냈다는 것이다. 유씨가 그가 신청한 재외동포 비자(F-4)를 발급받으면 선거권 등에서만 제한받고 다른 권리는 한국인과 거의 똑같이 누리게 된다. 연예인 활동도 할 수 있다.

1·2심은 유씨에게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법무부 장관의 2002년 입국 금지 결정은 적법한 행정 처분으로, LA 총영사가 이를 따른 것은 문제가 없다"고 했다. 반면 대법원은 "당시 법무부 장관의 결정은 외부에 자세히 공지되지 않았으므로 처분이 아닌 지시로 봐야 한다"며 "LA 총영사가 법이 아니라 지시에 따라 결정한 것은 위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씨에 대한) 제재는 위반 내용과 어느 정도 비례해야 한다"고 했다. 법적 근거가 약한 유씨의 17년 입국 금지 조치는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가혹한 면이 있다는 뜻이다. 대법원은 또 "재외동포법이 동포들에게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점을 볼 때 기한 없는 입국 금지 조치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LA 총영사는 다시 유씨 비자 심사를 하게 된다. 법조계 인사들은 "대법원이 이번에 유씨의 비자 발급 거부가 과하다는 판결을 했기 때문에 입국이 허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법무부와 병무청은 이날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고 했다. 유씨는 "한을 풀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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