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혜의 윔블던 러브] 11년만의 윔블던 전쟁… 페더러·나달 "또 너냐"

입력 2019.07.12 03:01

두 스타, 오늘 준결승서 격돌

양지혜의 윔블던 러브
로저 페더러(스위스)가 10일 오후 센터코트에서 열린 남자 단식 8강에서 니시코리 게이를 3대1로 꺾는 것(페더러는 이제 윔블던 통산 100승을 했다)을 보자마자 1번 코트로 뛰어갔다. 라파엘 나달(스페인)의 3세트가 막 시작했다. 40분 뒤 나달도 샘 퀘리(미국·세계65위)를 3대0으로 완파했다. 관중석의 박수, 휘파람, 함성 같은 소리가 해 질 녘 윔블던 하늘을 덮었다. 기자들은 신나서 하이파이브를 주고받으며 외쳤다. "전쟁 같은 역사를 드디어 다시 보는 거야!"

페더러와 나달이 11년 만에 윔블던 준결승 잔디에서 격돌한다. 두 남자는 2008년 결승전에서 오후 2시 35분부터 9시 16분까지 싸웠다. 오락가락한 비바람 속에서 결국 나달이 3대2로 이겨 생애 첫 윔블던 트로피를 차지했고, 페더러는 6년 연속 우승에 실패했다.(당시 나달이 우승하는 장면은 사우스필즈역 외벽에 큼지막한 사진으로 붙어 있다. '나달의 어둠 속 승리. 2008년 7월 6일.')

서른여덟과 서른셋의 대결이다. 페더러가 급소를 찌르는 스위스 군용 칼이라면, 나달은 브레이크 없이 돌진하는 황소의 뿔이다. 황제 페더러의 포핸드가 저공비행 미사일이면, '흙신(神)' 나달의 포핸드는 무적함대가 뿜는 대포알이다. 페더러의 육신이 움직이면 잔근육이 피아노 건반처럼 튀어나오고, 나달은 이두박근으로 꿰맨 갑옷을 입었다. 어쨌든 12일 밤이 되면 둘 중 하나의 꿈은 물거품 될 것이다. 페더러의 윔블던 통산 9번째 우승 또는 나달의 그랜드슬램 19번째 우승이.

로저 페더러(왼쪽)와 라파엘 나달이 10일 윔블던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8강전에서 각각 니시코리 게이, 샘 퀘리와 경기하는 모습.
11년 만에 '윔블던 맞대결'이 성사됐다. 로저 페더러(왼쪽)와 라파엘 나달이 10일 윔블던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8강전에서 각각 니시코리 게이, 샘 퀘리와 경기하는 모습. 둘은 12일 준결승전을 치른다. /로이터 연합뉴스
즉석 난상토론을 벌인 기자들 의견을 종합하면 나달이 우세하다. 첫째, 잔디 코트가 예년보다 느리다.(윔블던은 매년 호밀 잔디를 새로 심는데, 올해는 무더위로 잔디가 뻣뻣해졌다.) 둘째, 폼을 교정한 나달의 서브가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 셋째, 나달은 덥고 화창한 날씨를 좋아한다.(나달은 고향 스페인 마요르카처럼 파란 하늘을 만나면 날아다닌다.) 넷째, 나달은 지난달 프랑스오픈에서 페더러를 준결승에서 물리치고 12번째 우승을 하면서 자신감이 절정이다. 다섯째, '추격자' 나달이 더 굶주려 있다. 나달은 페더러의 메이저 최다승(20승) 기록 추월을 노린다.

물론 페더러 편도 많다. 8강전이 끝나고 기자회견장에 온 퀘리는 "로저와 라파 중에 누가 이길 것 같으냐"는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여기서 8번이나 우승한 페더러가 약간 더 유리한 것 아닐까요. 낮게 깔리는 볼처럼 잔디 코트에 최적화된 플레이를 하고, 그 밖에 25가지를 더 잘하는 선수니까요."

어쨌든 둘은 피 튀기게 싸울 것이다. 페더러는 "2년 전 호주오픈 결승 5세트를 떠올리며 준비하겠다"고 했다. 당시 페더러는 5세트에서 나달에게 0―3으로 지다가 내리 6게임을 따내 우승했다. 나달은 "승패가 어떻게 되든 우리의 우정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웃었다. 진짜 웃는 사람은 노바크 조코비치일 것이다. 조코비치는 같은 날 세계 22위 로베르토 바우티스타 아굿(31·스페인)과 결승행을 다툰다. 그는 누구를 기다릴까. 세계 1위 조코비치는 대회 개막 직전 고란 이바니셰비치(48·크로아티아)를 코치로 기용했다. 이바니셰비치는 2001년 윔블던 우승자이며, 왼손잡이다. 나달이 테니스를 왼손으로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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