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7월 정례회의] 日 경제 보복 사태… '65년 협정' 관련 정부 입장 따져 물어야

  • 정리=김정형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입력 2019.07.12 03:01

    UAE 원전 '하도급 계약', 원전 기술 유출 위험성 지적할 필요
    북핵 동결설 '솔솔'… 안보·국익 차원에서 면밀히 검토해야
    포항 지진 대피소 숙박 르포, 재난 기사 새 유형 보여줘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 전 국회의원)가 지난 8일 정례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토론했다. 조 위원장을 비롯해 김경범(서울대 서문학과 교수),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준경(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김태수(변호사), 손지애(이화여대 초빙교수), 위성락(서울대 객원교수), 정유신(핀테크지원센터장), 한은형(소설가), 홍승기(인하대 로스쿨 원장) 위원이 참석했다. 김성호(연세대 정외과 교수), 이덕환(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내왔다.

    
	왼쪽부터 김태수·정유신·김준경·위성락·한은형 위원, 조순형 위원장, 김경범·홍승기·손지애·김성철 위원, 차학봉 편집국 부국장.
    왼쪽부터 김태수·정유신·김준경·위성락·한은형 위원, 조순형 위원장, 김경범·홍승기·손지애·김성철 위원, 차학봉 편집국 부국장. /오종찬 기자
    ―일본의 경제 보복을 촉발한 작년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둘러싼 역사적·객관적 사실을 총정리해 보도해야 하는데 그런 기사가 보이지 않았다. 이런 기사가 있어야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소멸했는지, 아니면 대법원 판결대로 유효한 것인지에 관한 혼란상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 맞나. 정부에 한일 청구권협정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 질문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자신의 입장은 없고, 대법원이 결정한 사안이라 관여할 수 없다는 말만 하고 있다. 그러면 대통령과 정부가 아니라 대법원을 상대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일본에 말하라는 것인가.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 한일 국교 정상화 교섭 외교 문서를 공개할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민관 합동위원회는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이 사실상 소멸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위원회에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대통령도 정부 측 위원으로 참여했다. 조선일보는 당시 민관 합동위원회의 심의 근거와 결론 등은 물론, 박정희·노무현 대통령 때 특별법을 제정해 징용 피해자들에게 보상한 사실을 알려야 한다. 당시 피해 대상자 선정과 보상 수준 등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이번 사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기획이 필요하다.

    ―한일 관계가 최악에 이르렀는데도 조선일보는 양국 간 신뢰가 왜 악화되었는지, 해결책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 단지 강제징용자 배상을 둘러싼 외교적 갈등으로 보도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정부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고, 대법원은 국가 간 조약(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 외교적 갈등을 의도적으로 방치한 측면이 있다. 이런 것이 일본에 구실을 줬다. 일본 정부 탓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잘못된 외교 정책으로 엄청난 국익 훼손이 생겼는데 이런 것을 충분히 비판하지 못했다.

    ―〈반기문 '韓日 경제 갈등,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 해결해야'〉(7월 8일 A5면)의 핵심은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의 발언이다. 그는 "국가 간에 맺은 조약을 뒤엎는 판결을 내린다는 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느냐. 국제법상 사법 자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유감"이라고 했다. 사법 자제 원칙은 외교 관련 재판 때 행정부 판단을 존중하는 국제법적 원칙이다. 우리 정부가 국제법을 무시한 측면을 명확히 해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정부 '한일 관계 개선 위해 정상회담 추진'〉(7월 6일 A3면)과 〈'日은 안보 우방… 워싱턴 이용해 정치로 풀자'〉(7월 8일 A4면)는 일본 경제 보복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한일 정상회담'과 '미국 중재'안을 제시했다. 두 가지 모두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은 아니다. G20에서 불발된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하려면 우리가 협상안을 새로 내야 한다.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긍정적·선순환적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데, 그런 게 없으면 일본에 먹히지 않는다. 미국은 양국이 먼저 협의할 것을 원한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 측이 원하는 '제3국 중재위'나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자는 데 응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워싱턴을 이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지 않고 기사를 쓰면 현실성이 떨어진다.

    ―〈靑 참모들 자화자찬 페북, 대통령은 공개 응원〉(7월 2일 A10면)은 청와대 참모들이 페이스북 발언을 쏟아내는 행태를 지적했는데, 놓친 게 있다. 청와대 참모가 소셜미디어를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 참모는 '입'이 없어야 한다. 대통령한테 조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나서서 국민과 소통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선을 넘은 행동이라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언론과 정상적 소통을 하지 않고 페이스북을 쓰는 것은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불만을 보여준다. 민주주의의 보루인 언론을 피하는 것은 오만이자 민주주의 무시이다. 미국에 서버가 있는 페북을 이용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문제다. 데이터 주권, 정보 주권 개념이 없다는 것도 지적해야 한다.

    ―일본 경제 보복의 쓰나미가 몰려오면서 북핵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동결을 인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핵 동결로 간다면 사실상 핵확산금지조약(NPT) 예외 국가가 하나 생기는 셈이다. 그러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해진다. 단지 핵·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고, 긴장만 고조되지 않으면 되는 것인지 국익 차원에서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한국, UAE에 원전 수출하고도 정비는 5년짜리 '하도급 계약'〉(6월 25일 A1면)에서 바라카 원전의 정비 계약이 사실상 하도급 수준으로 축소되었다고 지적했는데, 이 문제는 훨씬 심각하다. 한수원의 위상이 떨어지고 수익이 줄어드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원전 유지·정비에는 원전 설계도를 포함한 기술 정보가 필요하다. 경쟁 기업이 바라카 원전 정비에 참여한다는 것은 한국형 원전(APR-1400) 설계도를 비롯한 핵심 기술을 공유하게 된다는 뜻이다. 자칫하면 APR-1400의 모든 기술이 공개될 수 있다. 원전 핵심 기술을 지킬 실질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조선일보는 인공지능(AI) 관련 기사를 많이 실었다. 하지만 〈30억으론 입도 못 뗐다, 서울대의 힘겨운 AI 인재 모시기〉(7월 5일 사회면)가 우리의 현실이다. 정부의 AI 종합 대책, 예산, 민간의 현주소 등을 종합해 AI 관련 대(對)국민 보고서를 만들 필요가 있다. 시간이 없다. 우리의 인재와 투자자가 국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국가 과학기술의 평균 수준이 아니라 AI 같은 미래 핵심 기술이 중요하다. 정부와 기업, 대학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종합 청사진을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

    ―〈벽돌 한 장 사준 적 없는 정부, 私學을 호주머니 속 물건 취급〉(6월 21일 A1면)은 자사고 지정이 취소된 상산고 이사장 인터뷰다. 기사는 이사장이 학교를 위해서 얼마나 많이 투자했는데 정치권이 이를 흔들고 있다는 쪽으로 틀을 잡았다. 하지만 자사고 재지정의 핵심 사안은 평가 지표의 적절성, 평가 과정, 평가자 등인데 이런 부분은 소홀히 다뤘다. 나중에 한 번 더 추적하면 좋겠다.

    ―〈구조 난민 태운 독일 선박, 이탈리아 경고에도 경비정 들이받고 항만 진입〉(7월 1일 국제면) 기사는 난민을 구한 독일 선박 얘기를 전하면서 선장이 여성이라는 것을 부각했다. 얼굴 사진 아래 '독일 女선장'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선장 성별이 난민 구조 활동에 영향을 주지도 않는데, 굳이 여성이라는 것을 강조해야 하나. '女선장' '女전사' 등으로 강조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관행이다.

    ―〈장마엔 비 뚝뚝, 더위엔 땀 뚝뚝… 포항 1평 텐트선 잠들 수 없었다〉(7월 6일 A2면)는 기자가 포항 지진 대피소로 마련된 체육관에서 7박 8일 숙식하면서 쓴 기사다. 재난 기사를 이렇게 다룰 수도 있구나 하고 놀랐다. 현장감이 생생하게 느껴지고 손에 잡히는 수치와 구체성도 있다. 이재민이 일상을 영위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다만 포항 지진 1년 8개월째라는데, 이들이 어떻게 이곳까지 왔고 대책은 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