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北으로 간 日 물자

조선일보
입력 2019.07.12 03:16

과거 북한 간첩은 일본제 장비를 필수품처럼 들고 침투했다. 1970년 안면도 남파 공비는 일제 모터보트를 탔고 1996년 강릉 무장 공비가 쓴 산소통·오리발·무전기·야시경·망원렌즈 등이 전부 일본 제품이었다. 전직 간첩 수사관은 "북 간첩이 휴대한 침투·통신·정찰 장비 같은 정밀 제품은 거의 일제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2000년대 중반 일본 경찰이 조총련을 집중 수사했다. 조총련 산하 '과협(재일조선인과학기술협회)'이 1980년대부터 일본 첨단 기술을 빼돌려 북 미사일 개발을 도왔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실제 압수된 '과협' 자료에 일본 유도탄 관련 정보가 있었다고 한다. 2006년 북이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에는 일본 전자 부품과 기술이 상당 부분 사용된 것으로 한·미·일 정보 당국은 판단했다. 미사일 방향 조종에 쓰는 자이로스코프와 인코더 등 계측 기기가 일본제이고 추진체와 유도 장치에도 일본 기술이 원용된 것으로 추정했다. 그 무렵 "북 미사일 부품 상당수가 만경봉호를 통해 일본에서 들어왔다"는 탈북자 증언도 있었다. 만경봉호는 일본인 납북 문제가 불거진 2000년대 중반까지 일본 전략 물자를 원산으로 실어 날랐다. 

[만물상] 北으로 간 日 물자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어제 일본 비정부기구 자료를 분석해 "지난 1996~2013년 일본에서 적발된 대북(對北) 밀수출 사건 30여 건 가운데 사린 가스 같은 생화학 무기 원료인 불화수소산과 불화나트륨 불법 수출도 있었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은 한국이 전략 물자를 북으로 몰래 넘겼다는 주장으로 대한(對韓) 경제 보복을 정당화하려 하지만 실제 불화수소를 북에 밀수출한 건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것이다.

▶2016년에도 일본 교도통신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를 인용해 '김정은이 시찰한 북한군 함선 3척에 일본제 레이더가 장착됐다'고 전했다. "북한 무인기에 일본제 카메라나 원격 수신기가 사용된다"고도 했다. 2014년 파주에 추락한 북 무인기에는 일제 카메라가 달려 있었다. 2017년 북이 일제 크레인 차량에서 중거리 미사일 '화성 12호'를 쐈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일본에서 나오기도 했다.

▶지금 일본은 한국이 강제징용자 청구권 협정을 깼다는 이유로 경제 보복을 하고 있다. 대북 전략 물자 반출 운운은 억지로 갖다 붙인 핑계일 뿐이다. 한·일 모두 불필요한 논쟁은 그만두고 본질 문제의 해법을 찾는 데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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