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기피' 유승준, 한국땅 밟을 길 열리나…대법 "비자 발급 거부 위법"

입력 2019.07.11 11:16 | 수정 2019.07.11 12:25

/아프리카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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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유승준(43)씨가 국내에 입국하기 위해 신청한 재외동포 비자(F-4)를 발급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유씨에 대한 입국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를 내주지 않은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유씨가 주로스앤젤레스(LA) 한국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 발급 거부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유씨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비자발급 거부 처분이 재외공관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지시에 해당하는 입국금지결정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해서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유씨에 대해 17년 전 입국금지결정이 내려졌더라도, 이를 근거로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다.

또 "재외동포에 대한 비자 발급은 행정청의 재량행위에 해당한다"며 "행정청이 재량권이 없다고 오인한 나머지 비자 발급 거부행위로 달성할 수 있는 공익과 그로 인해 상대방이 얻게 되는 불이익을 전혀 비교하지 않은 채 처분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그 자체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처분을 취소해야 할 위법사유에 해당한다"고 했다. 영사관 측이 비자발급 거부 처분이 내려진 것을 유씨에게 서면으로 통보하지 않고 전화로 알린 것도 행정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유씨에 대한 비자 발급 거부 처분 당시 적용되던 재외동포법은 ‘대한민국 남자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해 외국인이 된 경우’에도 38세가 된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외동포 체류자격의 부여를 제한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며 "재외동포법이 재외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 비춰 무기한 입국금지조치는 법령에 근거가 없는 한 신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1990년대 말 인기를 끈 유씨는 방송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군대에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공익근무요원 소집 통지를 받은 직후인 2002년 1월 돌연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병역은 면제됐고,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에 병무청은 법무부에 유씨의 입국을 금지시켜 달라고 요청했고, 법무부는 그해 2월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출입국관리법에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는 외국인은 법무부 장관이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외국인이 경제·사회 질서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입국이 금지되면서 국내에서 활동할 수 없게 된 유씨는 중국 등에서 가수와 배우로 활동했다. 2017년 5월에는 한 인터넷 방송을 통해 "사죄하는 마음으로 무릎을 꿇었다"며 "군 복무를 다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군 복무를 하고 국적을 회복하고 싶다"고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다.

유씨는 지난 2015년 9월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를 신청했다가 거부되자 국내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냈다. 쟁점은 유씨에 대한 입국금지결정이 ‘처분’에 해당하는지와 총영사관이 다른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입국금지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를 발급하지 않은 것은 적법한지였다.

1심과 2심은 정부의 처분이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1·2심은 "유씨가 입국해 방송·연예 활동을 할 경우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국군장병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병역의무 이행 의지를 약화시켜 병역기피 풍조를 낳게 할 우려가 있어 적법한 입국 금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하급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고 재판을 다시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입국금지 결정의 법적 한계, 비자발급 거부 처분과 같은 불이익 처분에 있어 적용돼야 할 비례의 원칙 등을 근거로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유씨가 2002년 국적을 상실하기 전까지 활발하게 연예활동을 하며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공개적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면서도 "입국금지 결정이나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이 적법한지는 실정법과 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판결"이라고 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유씨에게 다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단 취지에 따라 유씨가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면 정부는 유씨가 신청한 재외동포 비자 발급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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