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국무부·USTR 돌며… 韓日, 치열한 '워싱턴 로비전'

입력 2019.07.11 03:00

[일본의 경제보복]
한국 "정치적 조치" 중재 요청
일본 "美엔 아무 피해 안간다"

데이비드 스틸웰 美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데이비드 스틸웰 美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일본의 경제 제재를 둘러싸고 한·일 관계가 역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가운데 양국이 미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미 국무부의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태 차관보는 11일 도쿄 방문에 이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미국이 이번 사태에 본격적인 중재에 나설지 주목된다.

한·일의 외교관과 통상 관계자들은 10일 같은 시기에 워싱턴을 방문, 백악관과 USTR(미 무역대표부) 관계자를 만나 서로 입장을 설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워싱턴의 소식통은 "이번 사태에 대해 한국 정부가 국제 공조를 모색한다는 보도가 나온 뒤 일본 측에서 미국 정부를 상대로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에서 벌어지는 한·일 외교전에서 우리 정부는 백악관과 국무부, USTR 등을 방문해 이번 조치가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베 내각이 참의원 선거를 앞둔 상태에서 정치적 목적에 의해서 이번 조치를 취했다며 미국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같은 기관과 접촉해 "과거 한국에 대해 간소화했던 절차를 원상태로 돌린 것일 뿐"이라며 "미국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워싱턴의 다른 소식통이 전했다. 한국이 전략 물자의 관리에 부실했기에 어쩔 수 없이 취한 조치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적 목적'이란 주장에 대해 일본 측은 "자민당의 지지율이 압도적 1위인 상황에서 굳이 이 문제를 선거에 이용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대한(對韓) 경제 제재를 취하기 전에 트럼프 미 대통령과 이를 협의하거나 '양해'를 구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 후 첫 국빈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두 정상은 골프, 스모 관람,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특히 4시간 동안 함께 골프를 치면서 동북아 정세를 논의하는 중에 이번 조치가 거론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두세 차례나 방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한 것이 일본 언론에 보도됐는데, 이는 골프 회동에서 한국 문제가 논의됐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아베 총리는 한국에 보복 조치를 취하기 사흘 전인 지난달 28일 오사카 G20 정상회의장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어 이때 경제 제재에 대해 양해를 구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위안부 합의 파기 논란과 관련해서도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뤄진 일"이라며 중재하길 꺼렸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선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의 최대 수혜자는 미국의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되는 상황에서 굳이 나설 이유가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이크론은 공화당 텃밭인 아이다호주(州)에 본사를 두고 있고 제임스 리시 상원외교위원장이 아이다호 출신이라 미 의회도 이 문제 중재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도 있다.

스틸웰 차관보는 11일부터 4일간 일본을 방문하는 것과는 달리 필리핀에 들렀다가 17일부터 이틀간 한국을 방문한다. 한·일 양국을 대하는 비중에 차이가 있다. 특히 일본의 미군기지에서 전투기 조종사로 근무했던 스틸웰 차관보는 '미사와(三澤)시' 1일 명예 시장 경력을 SNS에 홍보할 정도로 일본통이어서 적극적인 중재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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