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정부의 현란한 '팩트 흐리기'

입력 2019.07.11 03:13

안영 사회부 기자
안영 사회부 기자
"착시적 통계 수치를 악용해 국민 불안을 선동하는 '가짜 뉴스'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년 만에 해외 이주 신고가 5배 급증했다는 6일 본지 보도에 대한 여권(與圈)의 첫 반응이 이랬다.

'한국 떠나는 국민, 금융 위기 후 최다'라는 제목의 본지 기사는 두 가지 팩트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우선 해외 이주 신고자 수가 2016년 455명에서 2018년 2200명으로 늘었다는 외교부 공식 통계, 그리고 국내 거주자가 해외 부동산을 사기 위해 송금한 돈이 같은 기간 3억800만달러에서 6억2500만달러로 치솟았다는 한국은행 국회 제출 통계였다.

이 두 개의 정부 공식 통계를 놓고 당·정·청, 그리고 친여(親與) 매체가 총반격에 나선다. 각자가 개성 만점 비기(祕技)를 선보이는데, 이를 정리해서 소개한다.

먼저 1번 타자로 나선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동문서답(東問西答)'한다. '해외 이주 신청자'를 이야기하는데 난데없이 '국적 포기자'를 들고 나왔다. 둘은 전혀 다른 통계다. 이 대변인은 "2018년 국적 포기자가 1만2000명 늘어났는데, 지방선거 당시 유권자를 정리하기 위해 국적 상실된 사람을 집중 처리해서 늘었다"고 했다. 이 설명을 몇 번이나 되풀이해 읽어봐도 본지가 기사를 쓴 해외 이주 신청자 급증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2번 타자는 외교부. '발본색원(拔本塞源)'의 진수를 보여준다. 토요일에 기사가 나갔는데, 월요일이 되기 무섭게 기사의 근원이었던 원래 통계를 소리 소문 없이 들어내고, 다른 통계를 갖다 놨다. 제목도 '해외이주현황'에서 '해외이주신고자현황'으로 바뀌었고, 통계 기준도 달라졌다. 그러면서 "이미 해외에서 살던 국민들이 국민연금을 일시불로 받기 위해 해외 이주 신고서를 집중적으로 제출한 게 급증 원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새 통계를 따르더라도, 문 정부 2년간 순수하게 국내에서 해외로 이주한 연평균 국민 수는 박근혜 정부 4년 평균의 2.7배로 나온다.

교통 정리가 끝났으니 이제 '끝판 대장' 청와대가 나선다. 고민정 대변인이 하룻밤 새 바뀐 외교부 통계를 들고나와 브리핑을 했다. "다시 집계해 보니 이렇더라"는 상식선의 설명도 없이, 마치 원래 그랬다는 듯 해명했다.

이제 친여 매체와 인터넷 언론 차례다. JTBC는 '팩트체크'라는 간판을 내걸고 실제론 팩트체크 없이 여권 발언만 인용 보도했다. 양 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파는 양두구육(羊頭狗肉)이었다. 다른 매체 7~8곳은 '가짜 뉴스' 등 자극적 발언을 경마 중계식으로 받아쓴 기사를 네이버에서 자사(自社)의 간판(PICK) 기사로 내세웠다. 온라인에서 그렇게 진실은 사라지고 논란만 남았다. 누가 이겼는가. 분명한 것은 국민이 승자가 아니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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