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에겐 '전기료 깎아준다' 한전엔 '전기료 올려준다'

조선일보
입력 2019.07.11 03:19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한전 이사회가 여름철 주택용 전기 요금 누진제 완화를 결정하기 전 한전에 공문을 보내 '내년 하반기 전기 요금 체계 개편'을 약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요금 체계 개편'이란 요금 인상을 돌려서 말하는 것이다. 한전 이사회가 지난달 28일 연간 3000억원 추가 부담이 생기는 여름철 전기료 감면을 결정한 배경에 정부의 '추후 요금 인상 허용' 약속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많았다. 정부는 '그런 일은 없었다'고 해왔다. 그런데 실은 산업부가 한전에 '요금 체계 개편 방안을 내면 법령 및 절차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인상 약속을 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변명일 뿐이다.

값싼 원자력 전기를 줄이고 값비싼 LNG와 효율 떨어지는 태양광·풍력을 늘리면 전기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탈원전을 추진한 독일의 전기 요금은 우리나라의 3배도 넘는다. 그런데도 정부는 자기들 임기인 2022년까지는 전기 요금 인상이 없다면서 애꿎은 한전만 쥐어짰다. 그러는 바람에 한 해 수조원씩 흑자를 내던 초우량 기업 한전이 올 1분기 6299억원 적자를 냈다. 한때 40조원에 이르던 한전 주식 시가총액은 16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한전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 사업인 '한전 공대' 설립에도 5000억원을 내야 할 상황이다. 이런 한전에 여름철 전기료 인하 부담까지 떠안겨 놓고는 국민 몰래 '나중에 요금 올려주겠다'고 약속한 셈이다. 요금 개편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잡은 이유는 총선은 지내놓고 보자는 생각일 것이다.

탈원전에 따른 발전 단가 상승은 결국 국민 부담이 된다. 정부가 임기 동안 한전을 찍어눌러 전기료 인상을 억제해 놓는다 하더라도 결국은 다음 정부에서 그동안 눌러왔던 전기료가 한꺼번에 올라가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건강보험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비급여 진료 항목을 건강보험에 적용해주는 '문재인 케어' 덕분에 국민 의료비 지출이 크게 줄었다고 하지만 결국은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의 시작과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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