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부른 참극… 퇴직 60대, '아내 외도' 환각에 아내·딸 흉기 살해

입력 2019.07.10 14:23 | 수정 2019.07.10 14:54

경남 창원에서 우울증을 앓던 60대 가장이 가족에게 수십 차례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범행 당시 이 남성은 환청 등 환각 증세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 마산동부경찰서는 아내와 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로 A(60)씨에 대해 1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7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자신의 빌라 거실에서 잠자고 있던 아내 B(56)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이를 목격해 말리던 딸(29)도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한 남성이 아내, 딸과 함께 연애하는 것을 목격해서 그랬다"며 "지금 생각하니 그게 환청과 환시였다"고 진술했다. 이어 "지난 5월 퇴직한 후 별다른 벌이가 없는 상태에서 아내가 혹시 노후 준비가 잘 된 돈 많은 (환청 속) 남자와 살려고 할까 봐 두려웠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A씨는 또 "아내의 비명을 듣고 다른 방에서 나온 딸도 신고할까 봐 두려워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A 씨의 범행은 지난 9일에야 드러났다. 판매직으로 일하던 B 씨가 출근하지 않고 전화를 받지 않자 B 씨의 오빠와 함께 집을 찾은 친구가 이날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A씨는 집을 찾아온 처남과 아내 친구에게 태연히 문을 열어 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지난 5월까지 창틀 업체에서 일하다 최근까지 일정한 직업이 없이 집에서 지냈다. 경찰은 A씨가 퇴직 후 집에만 있어 우울증 증세가 심해진 것으로 분석했다.

A 씨는 6∼7년 전 2개월간 우울증 치료를 받았으며 이전에도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가 최근에도 울화가 치미는 등 불면증 증세로 정신과 의원에서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프로파일러 조사에서 A 씨는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집에 있는데 ‘딸이 남자를 방에 들인다’는 환시 증세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범행 후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화장실에 숨어 있으면 아내와 딸을 병원에 데려갈 것’이라고 말해 화장실에 숨어 있었다"며 "일주일 정도 지났다고 생각해 나와 보니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화장실에서 극단적인 선택도 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주변인들에 따르면 A 씨가 평소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내성적인 성격에 별다른 취미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근 1년간 A씨와 관련돼 접수된 민원 등도 없었다.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A씨와 관련한 이전 병원기록 등을 더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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