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학부모들 "각본에 짜맞춘 자사고 죽이기다"

조선일보
입력 2019.07.10 03:54 | 수정 2019.07.10 07:01

서울 자사고 13곳 중 8곳 지정 취소 위기… 교육현장 혼란 커져
일반고 전환땐 신입·재학생 등록금 등 달라져 '한 지붕 두 학교'

"자사고를 없애기 위한 짜맞추기식 평가 결과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자율형사립고공동체연합)

"교육청의 봐주기, 눈치 보기 평가로 상당수 자사고에 '면죄부'를 줬다."(전교조 등 32개 단체)

9일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소재 자사고 8곳에 대해 지정 취소 결정을 내리자 해당 학교와 학부모, 사립학교 단체 등은 크게 반발했다. 반대로 전교조 등 좌파 교육계는 "평가 대상 13개 자사고를 모두 탈락시켰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이념을 잣대로 교육정책을 결정하다 보니 교육 현장이 좌우로 나뉘어 혼란이 더 커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 평가에서 탈락한 세화고 등 8곳은 교육부 장관이 동의할 경우 일반고로 전환된다. 이럴 경우 2020년3월 입학하는 신입생은 일반고 학생이지만, 2~3학년생은 자사고 학생이라 '한 지붕 두 학교'가 되는 셈이라 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학부모 등 "자사고 죽이기 각본 멈춰라"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이날 "교육부가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폐지에 동의한다면 즉시 가처분 신청 등 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학부모와 동문 등이 모인 '자율형사립고공동체연합'도 입장문을 내고 "자사고를 없애기 위한 짜맞추기식 평가"라며 "교육청의 평가에 대해 공익 감사를 청구하고, 총력을 다해 끝까지 저지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 자사고 폐지 정책 비판하는 시민단체 -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시민단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 모임’ 회원들이 ‘자사고(자율형사립고) 죽인다고 공교육 살아나나’ ‘자사고 죽으면 강남8학군 부활’ 등 팻말을 들고 현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부 자사고 폐지 정책 비판하는 시민단체 -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시민단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 모임’ 회원들이 ‘자사고(자율형사립고) 죽인다고 공교육 살아나나’ ‘자사고 죽으면 강남8학군 부활’ 등 팻말을 들고 현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오종찬 기자

전국 1600여명의 사립 중·고교 교장들이 모인 '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결정은 '자사고 죽이기' 차원을 넘어 진보 교육감에 의한 '사립고 무력화'라는 큰 틀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보수 성향 교육 단체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이날 서울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결정을 취소시키기 위해 조희연 교육감 퇴진 운동, 형사 고발, 유은혜 교육부 장관 낙선운동 등을 통해 유린당한 교육을 바로잡겠다"고 했다.

한국교총은 "자사고 논란은 고교 체제를 정권과 교육감 성향에 따라 좌우하려고 하는 데 근본 원인이 있다"고 했다.

전교조 "13곳 모두 탈락시켰어야"

친(親)전교조 성향의 좌파 교육계 단체들은 정반대 입장에서 불만을 터뜨렸다. 전교조 서울지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32개 단체가 속한 서울교육단체협의회와 '특권학교폐지촛불시민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희연 교육감은 자사고 폐지 약속을 지키라"고 했다. '좋은교사운동'도 성명을 내고 "교육부는 책임지고 이번에 재지정된 학교도 5년 후에는 일몰시켜야 한다"고 했다.

일반고 전환시 등록금·교과 등 혼란

교육부 장관이 지정 취소에 동의할 경우 세화고 등 8곳은 일반고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혼란을 겪고, 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입생은 일반고생이지만, 현재 자사고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자사고 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대신 이들은 기존에 내던 연간 600만~700만원 정도의 자사고 등록금을 계속 내야 한다. 일반고 연간 등록금보다 3배 정도가 많다. 하지만 급식이나 학교 시설 이용 등에서 차별을 둘 수 없기 때문에 2~3학년생 학부모들은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재정난 등을 이유로 서울교육청에 자사고 지정 취소를 신청한 뒤 일반고로 전환한 대성고의 경우 학부모들의 반발이 심했다. 등록금 납부를 거부하거나 자녀를 전학시킨 학부모도 있었다. 서울 지역 한 자사고 교장은 "같은 학교에서 같은 선생님에게 수업받는데 누구는 일반고 등록금, 누구는 3배 비싼 자사고 등록금을 내라고 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자사고 유지를 위해 확충한 시설 등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서울 배재고의 경우 120억원을 들여 2012년 기숙사를 세웠지만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학교 주변 학생들이 입학하기 때문에 기숙사생 모집이 어렵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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