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유 휴가 달라"며 또 파업선언한 유성기업 노조

조선일보
입력 2019.07.10 03:42 | 수정 2019.07.10 10:23

노조에 집단폭행 당한 상무 퇴사 '제2 노조' 해체 등 42개 조건 요구
"수용하지 않으면 전면 파업"

작년 11월 노조원의 회사 임원 집단 폭행 사건이 벌어진 유성기업에서 민노총이 전면 파업을 예고했다. 민노총은 파업을 철회하고 노사 교섭에 복귀하는 선결 조건으로 자신들에게 폭행당한 임원의 퇴사와 불법 파업에 반대하는 '새노조'의 해체를 내세웠다.

노조가 요구한 조건은 총 42개다. 가장 먼저 220명이 가입해 있는 '유성기업새노동조합(이하 새노조)'의 해체는 반드시 이행하라고 했다. 새노조는 기존 노조의 불법 파업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들이 결성한 제2의 노동조합으로, 민노총은 이 조합을 '어용 노조'라 부른다. 민노총은 새노조에 가입한 직원에 대해선 퇴직 또는 계열사 전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폭행 피해자는 회사에서 내쫓으라고 했다. 작년 11월 노조원으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해 코뼈가 부서지는 등 전치 12주 진단을 받은 김모(50) 노무담당 상무에게 '노조 파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사표를 받으라고 회사에 요구했다. 요구 조건에는 경영진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작업장 내 CCTV 폐쇄 등도 포함됐다.

또 회사가 일부 노조원을 상대로 제기한 형사소송과 손해배상 청구 철회를 요구했다. 폭행 전과(前科) 등으로 노조원들이 사내(社內)에서 받은 징계는 무효로 돌리고 이 기간 임금을 보전해달라고 했다. 조합원 '심리 치유'에 필요한 경비(經費)와 휴가, 파업 기간 삭감된 임금과 상여금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조가) 회사가 수용할 경우 불법이거나 부당 노동 행위에 해당하는 항목들을 조건으로 제시해 교섭을 고의 지연시키고 있다"고 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유성기업과 같은 복수 노조 사업장에선 회사가 기존 단체협약에 반하는 조건을 특정 노조에 제시하는 것이 부당 노동 행위에 해당한다.

노조는 이번 주 '장외 투쟁'을 시작으로 전면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10일 국회 토론회, 12일 천안지검 앞에서 '오체투지 집회'를 가진다. 15일엔 상경(上京) 집회가 예정돼 있다.

유성기업에선 쟁의 기간이 2012년 3월 시작돼 7년째 계속되고 있다. 회사는 파산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유성기업 매출액은 3000억원(2014년)에서 지난해 24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작년 영업 적자만 86억원이었다. 기업의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인 이자보상배율도 2016~2018년 3년간 1을 넘지 못했다.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생산 라인 직원 중 절반(약 270명)이 가입해 있는 금속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노조는 작년 10~12월에도 전면 파업을 벌인 적이 있다.

한편 회사 임원을 감금·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과 10개월 형을 각각 선고받은 양모(46)씨와 조모(40)씨 등은 최근 항소했다. 집행유예 판결로 풀려난 3명은 다시 공장으로 돌아왔다. 쟁의 기간 중 노조원에 대한 징계나 인사 조치를 금지한 단체협약 때문이다. 실형을 선고받은 2명도 형기(刑期)만 마치면 회사로 복직할 수 있다. 본지는 노조에 반론을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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