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평가했는지, 어떤 점수가 미달됐는지 '깜깜이 탈락'

조선일보
입력 2019.07.10 03:00

[자사고 줄취소] 영역별 점수만 개별통보… 채점자 주관 평가가 100점 중 57점
학교·학부모 "평가는 포장일 뿐, 文정부와 좌파 교육감의 합작"

9일 서울 지역 자사고 평가 결과 발표를 끝으로 작년 말부터 전국적으로 진행해온 자사고(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가 모두 마무리됐다. 평가 결과, 24곳 중 절반 가까운 11곳이나 탈락했다. 특히 서울 지역은 13곳 중 8곳(61%)이나 대거 탈락해 큰 충격에 빠졌다. 탈락 학교들은 교육부만 동의하면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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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지정취소, 교육부장관 동의만 남아 -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참석하고 있다. 올해 전국 시도교육청들이 진행한 자사고 운영 평가에서 서울 8곳 등 총 11곳이 탈락했다. 교육부가 최종 동의하면 이들은 내년 신입생부터 일반고로 학생을 선발한다. 자사고들의 최종 운명이 유 장관에게 달린 것이다. /연합뉴스
평가는 끝났는데, 교육계는 오히려 더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교육청들이 자사고를 누가 평가했는지 비공개로 하고 있는 데다, 어떤 분야에서 얼마나 점수가 모자라서 탈락했는지 세부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자사고 교장은 "우리 학교가 대체 어느 부분에서 얼마만큼 부족해 자사고 지정이 취소된다는 것인지 제대로 알 수가 없다"면서 "이런 '깜깜이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고 했다. "평가로 포장했을 뿐 결국 '자사고 폐지'를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현 정부와 좌파 교육감들이 합심해 자사고를 없애려는 것"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내년에 평가받는 나머지 16개 자사고들도 "이렇게 교육부와 교육청이 밀어붙이면, 우리도 다 취소될 게 뻔하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탈락한 자사고와 학부모들은 "부당한 평가에 법적 대응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100점 만점에 57점이 주관적 평가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13개 자사고를 6개 영역, 31개 지표로 평가했다. 교육청은 9일 "13개 자사고 중 8곳이 총점 70점에 미달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겠다"고 할 뿐, 8곳이 각각 어떤 지표에서 부족해 떨어졌는지 구체적 평가 점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심지어 개별 학교에도 6개 영역별 점수와 총점만 통보했고, 지표별 점수는 알려주지 않았다. "기준 점수(70점)에 크게 못 미치는 50점대 학교도 있다" "67점으로 아깝게 떨어진 곳도 있다" 등의 뒷말만 무성했다.

서울교육청은 또 자사고 평가를 진행한 평가위원(20명)과 평가 결과를 최종 심의한 지정운영위 위원(10명) 명단도 공개하지 않았다. 자사고와 학부모, 학생들은 위원들이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춘 인사인지, 어떤 식으로 평가를 진행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신상털이 우려가 있어 위원 공개를 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학교 관계자들은 "누가 어떻게 평가했는지도 모르는 점수를 무작정 믿으란 소리냐" "평가 과정이 떳떳하면 공개 못 할 이유가 뭐냐"고 반발하고 있다. 올해 평가 기준에서 정성 평가 항목이 높아진 것도 '깜깜이' 의혹을 키우고 있다. 올해 자사고 평가 100점 만점 중 57점이 평가자들이 주관적으로 매기는 점수다.

◇대선 공약으로 힘받은 좌파 교육감들의 자사고 압박

올해 재지정 평가 받은 자사고 24곳

문재인 정부와 시도교육감들은 자사고와 특목고 가운데 외고, 국제고가 입시 위주 교육을 하면서 고교 서열화와 학생들 간 경쟁을 부추기고, 일반고 학생들에게 상대적 패배감을 안겨주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 떨어지는 학생들이 한데 섞여 공부해야 하는데, 나누어 가르치는 것은 평등하지 못하다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를 '귀족학교' '특권학교'로 부른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진보·좌파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자사고 폐지를 추진했다. 그해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자사고 14곳을 평가해 6곳을 지정 취소했지만, 교육부가 조 교육감의 평가 절차가 위법하다며 제동을 걸어 6곳은 살아났다. 자사고에 대한 정부와 교육감의 입장이 달라 교육감의 자사고 폐지 정책이 실현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상황은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는 아예 '자사고 폐지'를 국정과제로 추진해왔다. 교육부는 올해 시도교육청들이 따르는 평가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재지정 기준 점수를 5년 전 60점 이상에서 70점 이상으로 높이고, 지표와 배점도 까다롭게 만들었다. 현재 17개 시도교육청 중 14곳을 장악한 진보·좌파 교육감들도 문 정부와 자사고 폐지에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한 자사고 교장은 "이번 정부와 좌파 교육감들 아래에선 자사고들은 아무리 운영을 잘해도 폐지될 수밖에 없다"면서 "정권과 교육감 성향에 따라 고교 체제가 왔다 갔다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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