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완의 아웃룩] 달이 갑자기 인간들로 붐비기 시작한 이유

입력 2019.07.10 03:13

아폴로 11호 달 착륙 50년… 세계 각국 탐사 경쟁 불붙어
달은 지구 바깥 深우주 탐사 위한 전초기지, 자원도 풍부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오는 15일 오전 2시 51분(현지 시각) 인도가 달 탐사선 찬드라얀 2호를 발사한다. 우주선은 달 궤도를 돌다 오는 9월 초 착륙선을 달 표면에 내린다. 착륙선과 그 안의 이동형 탐사 로봇은 2주간 자원 탐사 등의 임무를 할 예정이다. 성공하면 미국과 구소련·중국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달에 착륙하는 국가가 된다.

올해는 인류가 달에 간 지 꼭 50년이 된다. 지난 1969년 7월 21일 미국 아폴로 11호의 우주인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발을 디뎠다. 이후 한동안 적막하던 달이 갑자기 부산해지고 있다. 올 초 중국은 인류 최초로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 반대편에 탐사선 창어 4호를 착륙시켰다. 2월에는 이스라엘이 민간 최초의 달 탐사선 베레시트를 발사했다. 미국은 지난 3월 오는 2024년까지 다시 우주인을 달에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왜 인류는 다시 달에 가려고 하는 것일까.

체제 경쟁에서 심우주 탐사 전초기지로

아폴로 11호가 촉발한 달 탐사 경쟁은 금방 끝이 났다. 미국 우주인은 1972년 아폴로 17호 달 착륙을 끝으로 다시 달에 가지 않았다. 구소련 역시 1976년 무인(無人) 달 탐사선 루나 24를 보낸 게 마지막이었다. 당시 달 탐사는 냉전시대 체제 경쟁의 일환이었다. 1957년 소련이 인류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하자 미국은 '달은 미국인이 먼저 밟겠다'고 맞섰다. 미국은 아폴로 탐사에 연방 예산의 4%를 쏟아부었다. 소련도 진 싸움에 더는 힘을 뺄 필요가 없었다.

기술적으로도 한계가 있었다. 당시는 밤에 섭씨 영하 180도로 떨어지는 달의 극한 환경을 견딜 기술이 없었다. 아폴로 우주인들은 달에서 낮에만 잠시 머물다 떠났다. 태양전지도, 발광다이오드(LED) 조명도 당시엔 없었다. 유럽우주기구(ESA)의 유인 로봇 탐사 책임자인 데이비드 파커는 "남극이 20세기 초 정복됐지만 기술의 한계로 50년 넘게 방치된 것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달 탐사는 단순 착륙이 아니라 수주일씩 장기 체류가 목적이다. 탐사 목적도 분명하다. 달은 지구 바깥의 심(深)우주 탐사를 위한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 인류는 그동안 지구 주위 궤도에서 인공위성과 우주정거장을 운영했다. 우주정거장은 지구 상공 400㎞를 돌고 있다. 달은 지구에서 38만4000㎞ 떨어져 있다. 달은 화성 등 먼 우주로 가는 우주 기술을 개발하는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 이창진 건국대 교수는 "달 탐사를 위해 개발된 극한 기술은 지구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달은 황량해 보이지만 의외로 자원도 풍부하다. 일단 대기가 희박해 태양광이 그대로 쏟아진다. 태양전지로 전기를 생산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찬드라얀 1호는 2008년 달에 물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 이후 달 남극에 막대한 양의 얼음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면 우주로켓용 연료를 확보할 수 있다. 중력이 약해 우주선 발사도 그만큼 지구보다 쉽다. 찬드라얀 2호는 이번에 달에서 헬륨3을 탐색할 예정이다. 헬륨은 태양이 빛을 내는 원리를 이용하는 핵융합 발전의 연료가 된다. 달에는 우라늄과 백금·희토류 등도 풍부하다고 알려졌다. 달 궤도에 자원이 풍부한 소행성을 끌어와 채굴하는 방식도 제안됐다.

과학 연구의 가치도 크다. 달은 45억년 전 지구가 다른 천체에 부딪쳤을 때 떨어져 나간 조각으로 추정된다. 이후 지각 활동이 없어 큰 변화가 없었다. 지구의 과거를 알려줄 타임캡슐과 같다. 달 땅속을 보면 지구는 물론 태양계 형성 과정까지 알아볼 수 있다.

관광·택배 등 민간 우주 기업의 경쟁 치열

주광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융합연구부장은 9일 달 착륙 50주년 기념 포럼에서 "초소형 위성과 우주로켓이 개발되면서 우주개발 비용이 크게 떨어졌다"며 "새로운 민간 우주개발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달도 마찬가지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블루오리진은 지난 5월 2024년 달에 우주인을 보낼 착륙선 블루문을 공개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2023년부터 달 주위를 도는 우주 관광 사업을 한다고 밝혔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국제 우주정거장 화물 운송을 민간 기업에 위탁했다. 달에도 같은 방법이 적용된다. 오비트 비욘드, 애스트로보틱스 등 민간 업체 세 곳은 내년부터 NASA 등이 의뢰한 탐사 장비를 실은 착륙선을 달에 보낸다. 애스트로보틱스의 댄 핸드릭스 부회장은 "정부 주도의 우주개발은 새로운 우주 산업화를 따라갈 수 없다"며 "작은 우주 기업들이 독창적인 방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2024년 달 주위에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지구에서 온 우주선이 이곳에 도킹하고 달 착륙선도 달과 정거장 사이를 오가게 할 계획이다. 미국은 유럽우주기구·일본·캐나다·러시아 등과 게이트웨이 공동 개발 협약을 맺었다. 미국의 경쟁자로 부상한 중국 역시 지난해 국제우주대회에서 공식적으로 미국과 달 탐사에서 협력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게이트웨이 참여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조황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은 "우리나라가 과거 국제 우주정거장에 참여하지 못해 우주 경쟁에서 밀렸던 경험이 있는 만큼 달 탐사에서는 반드시 우주개발의 한 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는 늘 새로운 땅을 찾아 바다와 산을 넘은 이들이 지배했다. 우주는 한국이 유사 이래 처음으로 세계의 선두 대열에 서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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