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가격표 가린 '문재인 케어'

입력 2019.07.09 03:13

홍준기 사회정책부 기자
홍준기 사회정책부 기자
"문재인 정부 계획처럼 건강보험료율을 매년 3.49%씩 계속 올릴 수 있었다면, 과거 어느 정부가 건강보험 혜택을 많이 못 늘렸겠습니까?" 김종대 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최근 정부가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렇게 되물었다. 문재인 케어는 2017년 62.7%였던 건강보험 보장률(진료비 중 건강보험에서 부담해주는 금액의 비율)을 2022년엔 70%까지 끌어올리는 정책이다.

김 전 이사장은 상황에 따라 '국민의 부담(건강보험료)'과 '국민이 보는 혜택(건강보험 보장률 향상)'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는 건보료율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며 "과거 정부가 20조원 넘게 누적 적립금을 쌓아둔 것은 이럴 때 건보료율을 올리지 않더라도 건보 재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대비'였다고 봐야 한다"고도 했다.

요즘 지하철역 기둥과 버스터미널 벽면, 버스·택시의 옆면 등에서 '건강보험 덕분에 병원비 부담이 줄었다'는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건보공단이 낸 광고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을 찾아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국민 의료비 지출이 총 2조2000억원 절감됐다"고 했다.

그럼 문 대통령이 언급한 '절감된 의료비 2조2000억원'은 누가 부담했을까. 대부분 국민이 부담하는 건보료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는 올해 6.46%인 건보료율을 2022년까지 매년 3.49%씩 인상할 계획이다. 그 이후로도 건보료율을 매년 3.2%씩 인상해야 건보 재정이 유지될 수 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문재인 케어의 효과에 대해 자랑하고 싶었더라면 적어도 "많은 국민이 인상된 건보료율에 맞춰 매년 더 많은 건보료를 내주신 덕분에 이러한 일이 가능했다"고 말했어야 했다. 이제는 근로자와 기업을 대표하는 단체들이 모두 건보료율 인상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정부는 보통 6월 말 정도엔 확정되는 내년도 건보료율을 아직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건보료 부담이다. 상대적으로 의료비가 많이 필요한 만 65세 이상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 김명연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만 65세 이상 1명의 입원·진료를 위해 건보 재정에서 지출된 돈이 338만원으로, 0~64세 1명(84만원)의 4배 수준이었다. 건보 재정이 흔들리면 결국 급격한 건보료율 인상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과거 건보 전체 재정이 '적자'를 기록했던 2001~2003년 전후로 직장인들의 건보료율은 50.4% 올랐다(2000년 2.8%→2004년 4.21%). 정부는 더 이상 문재인 케어의 '진짜 가격표'를 숨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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