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정사각형 속에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색은 점점 밝아지는 서로 다른 노란 정사각형 세 개가 들어있다. 큰 사각형 위에 작은 사각형들이 차례로 얹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미묘하게 색이 다른 이 네모들은 눈앞으로 다가오는 듯했다가, 다시 멀어진다.
화가 요제프 알베르스(Josef Albers·1888~1976)는 60대였던 1950년대부터 세상을 뜨기 전까지 근 25년 동안 이처럼 서로 색채가 다른 정사각형 서너 개가 중첩된 '정사각형에 바치는 경의' 수백 점을 그렸다. 단순하기 그지없는 화면이지만, 색채의 변주를 통해 눈을 혼란케 하는 입체감과 움직임을 만들어 낸 것. 모든 작품 뒷면에는 색채명이 적혀 있어, 예술 작품이라기보다는 색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효과를 실험하는 시료처럼 보인다.
알베르스는 화가이자 교육자였다. 독일의 건축 및 디자인 학교였던 바우하우스에 입학했다가 곧 선생이 돼서 파울 클레, 바실리 칸딘스키 등과 함께 스테인드글라스 공법을 가르쳤다. 1933년 나치스를 피해 미국으로 이민한 뒤 진보적 미술 학교였던 블랙마운틴 칼리지의 교수가 돼서 회화를 가르쳤고, 1950년에 예일 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그래픽 디자인을 처음으로 체계화했다. 이처럼 학교와 분야는 조금씩 달랐지만 알베르스의 교육은 늘 기본에서 시작했다. 학생들의 기존 지식에 관계없이 색채와 형태, 구도의 기초를 차근히 익히는 걸 강조했던 것이다.
처음 미국에 도착한 그가 서투르게나마 내뱉은 첫 영어는 ‘눈을 뜨게 해주겠다’는 교육 목표였다. 실제로 그의 가르침으로 새로운 눈을 뜬 미술가들이 20세기 후반 미술계를 주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