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커플 데이트 영상에도 욕설 댓글
시바견 견주엔 "일본 개 키우지 말라"
"외교와 사랑은 별개…왜 손가락질 하나"
전문가 "일반인까지 비난하는 건 본질 어긋나"

일본인 여성과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한 한국인 남성이 운영하는 A 한일(韓日) 커플 유튜브 채널. 지난해 개설된 이 채널에는 일본 오사카나 제주도 등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의 영상이 꾸준히 올라오면서 8일 현재 1000여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 유튜브에는 "방송하지 말라" "일본을 빼고 방송하라" 등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여성이 ‘일본인’이고, 일본 여행 콘텐츠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다른 네티즌들은 "일본 불매운동을 하더라도 적당한 선에서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를 놓고 국내에서 반일(反日) 여론이 커지면서 한일 커플이나 일본 토종견인 시바견 등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일본 국적 연예인도 애꿎은 뭇매를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을 넘어 일본 시민이나 연예인 등에 대한 과도한 반일(反日)·혐일(嫌日) 감정으로 번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일커플과 일본산 견종 시바견.

8일 한일 커플이 데이트 영상을 게시하는 여러 유튜브 채널들을 보면, 일본인과 연애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비판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A 한일커플은 지난 5일 일본 오사카에서 데이트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가 욕설과 함께 "지금 (한일 관계) 안 좋으니 일본 얘기하지 말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B 한일 커플 유튜브 채널에도 "한때는 당신들의 사랑을 응원했지만, 일본 사람이 싫어졌다", "유튜브 구독 취소하겠다"는 댓글이 달렸고, C 한일 커플 유튜브 계정에는 "이런 시국에 꼭 일본을 가야 했느냐"는 말이 나왔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한일 커플들은 "국적을 떠나 사람과 사람이 소중하게 만나 사랑하고 있는 만큼 좋게 봐달라" "단순히 (연인끼리) 데이트하는 모습으로 봐 달라. 일본 여행을 장려하는 목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며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시바견도 불똥을 피하지 못했다. 시바견 3마리를 키우며 산책하는 모습 등을 영상으로 올려 33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D유튜브 채널에는 "나라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도 일본 개를 키우고 싶으냐"는 악플이 달렸다. 이 논란은 온라인 커뮤니티로 옮겨붙어 2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일본 대표 강아지는 당연히 불매해야 한다" "우리나라 토종개인 진돗개와 삽살개가 있는데 왜 시바견을 키우느냐"는 비판과 "강아지가 무슨 죄냐"는 반론이 맞붙었다.

논란이 커지자 시바견 견주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저도 일본 정부의 외교적 문제와 역사 문제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화가 나는 한국인"이라며 "일본을 좋아해서 시바견을 입양한 것이 아니라 시바견이 가진 견종으로서의 특유의 성향이 잘 맞아 입양하게 됐다"고 해명해야 했다. 시바견은 우리나라 진돗개처럼 일본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견종 가운데 하나다.

반일 정서는 최근 연예계에서도 논란이 됐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일본인 멤버 사나(23)·모모(23)·미나(22), 걸그룹 ‘아이즈원’의 일본인 멤버 미야와키 사쿠라(21), 혼다 히토미(18), 야부키 나코(18) 등도 일본의 경제 보복 이후 "그룹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배우 이시언(37·본명 이보연)은 지난 3일 생일 기념으로 일본으로 여행 간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진을 삭제했다.

지난 5일 한 한일 커플 유튜브 계정이 게시한 일본 오사카 데이트 영상에 “(한일 관계) 안 좋으니 일본 얘기하지 말라”는 악성 댓글이 달렸다.

당사자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일본인 여성과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인 남성 최모(39)씨는 "외교 문제와 사랑은 별개인데, 왜 정치 문제로 애꿎은 민간인 한일 커플이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느냐"고 했다. 시바견 견주 주모(27)씨는 "일본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시바견이 좋아서 분양받은 것"이라며 "일본 토종견을 키운다는 이유만으로 지적하는 것은 지나치다, 시바견에게 무슨 잘못이 있느냐"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본 시민이나 교포, 일본과 관계 있는 한국 시민까지 싸잡아 비판하고 조롱하는 것은 본질에 어긋나고,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일본 정부가 추가 제재를 위해 국내에서 반일 감정이 커지는 것을 의도하는 측면도 있다"며 "지나친 반일 감정을 조장하지 않고 중심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