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은 안보우방… 워싱턴 이용해 정치로 풀자"

조선일보
입력 2019.07.08 03:50

[일본의 경제보복] [한일 외교 원로에게 듣는다] [3] 노무현정부 주일대사 라종일

주일 대사를 지낸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가 3일 경기 성남시 가천대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주일 대사를 지낸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가 3일 경기 성남시 가천대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주일 대사를 지낸 라종일(79) 가천대 석좌교수는 7일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에 맞서 정부가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등의 상응 조치를 검토하는 데 대해 "시간만 오래 걸리고, 이긴다 해도 우리가 골병에 걸릴 수 있다"며 "이 문제는 무게감 있는 정치인이 나서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라 교수는 한·일 정상회담 추진에 대해선 "정상회담을 서두르면 우리가 잘못했다는 꼴이 된다"면서 "시간을 갖고 워싱턴(미국)을 이용해 푸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지난 3일과 이날 진행된 본지 인터뷰에서 라 교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상당히 오랫동안 준비해온 것이기 때문에 또 다른 경제 보복 조치들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라 교수는 김대중 정부에서 안기부(국정원) 1차장과 주영 대사,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과 주일 대사를 지냈다.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캠프의 외교 자문그룹인 '국민 아그레망'에 참여했다.

―남관표 주일 대사 등이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다.

"양국이 격앙돼 있는 만큼 여유를 갖고 한 김 빠진 후에 테이블에 앉는 것이 맞는다. 일본에 공격당하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부랴부랴 만나자고 하면 마치 우리가 잘못했다는 꼴이 된다."

―기업들 피해가 커질 텐데 서둘러야 하는 거 아닌가.

"시간을 갖고 워싱턴을 이용해서 한·일 관계를 푸는 것도 방법이다. 이 문제는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 무게감 있는 정치인이 나서야 한다."

―외교가에선 중재위 구성을 언급하는데.

"강제징용 문제를 중재위나 국제사법재판소(ICJ)로 가져간다고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중재 역할까지는 미국 등 제3국의 도움을 받더라도, 결국 한·일 양국이 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

―일본 내부의 분위기는 어떤가.

"아베 총리가 국내 정치에서 득이 된다 생각하고 강행했다는 점에서, 일본 다수의 정서가 한국에서 돌아선 건 아닌지 우려된다. 일본 사람들의 일반적인 정서가 '사죄한 게 몇 번이냐. 할 만큼 했다'는 분위기가 있다."

―한·일 관계가 왜 '역대 최악'의 수준까지 왔다고 보나.

"일본에서 여러 차례 대화하자고 문을 두드렸는데 응하지 않았다. 일부러 한·일 관계 해결을 '안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국내 정치적으로 '친일파'라고 (상대편을) 몰아세우는 경향도 있다."

―한·일 관계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

"이 문제에 관해 상당히 곤란한 입장에 처한 게 '워싱턴'이라고 본다. 미국으로서는 한·미·일이 함께 동아시아 안정을 유지하는 게 오랜 전략인데, 여기에 대해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의 전략적 중요성을 모르는 것 같다. 주한 미군은 미군의 주력이 아니다. 주력은 일본에 있다. 주일 미군 기지가 우리 안보를 지켜주는 주력인데 그 관계를 우습게 안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이 가까이 있지 않았더라면 6·25 전쟁에서 졌을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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