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화이트 국가'서 한국 뺄 명분쌓기… 2차 보복, 18일이 고비

입력 2019.07.08 03:45

[일본의 경제보복] 한국에 '제3국 중재위' 요청한 시한, 우리 정부는 수용 거부 방침
日 '한국은 우호국 아니다' 표명한 셈… "아베 내각, 장기전 각오"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과 자민당이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일본에서 한국에 수출한 전략물자의 북한 유출 가능성'을 시사하며 참의원 선거운동 소재로 사용할 태세다.

이같은 태도는 다음 달 무역에서 우대 조치를 해주는 '화이트' 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기 위한 명분 쌓기로 분석된다. 일본은 그간 한국을 우호국으로 믿고 군사용품으로 전용 가능한 물품을 수출했는데, 이젠 그런 신뢰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을 '우호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기도 하다.

실제 아베 내각의 추가 보복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많다. 마이니치 신문은 6일 "아베 내각은 한일 간 갈등이 악화하는 상황의 장기화를 피할 수 없다는 각오를 하고 있으며,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이어서 또 다른 보복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산 농산물 수입 규제를 다음 조치로 적시했다. 아베 내각 안팎에서는 재무성이 주도가 돼 금융제재를 취하거나 법무성이 나서서 체류자격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아베 내각은 이번 기회에 한국에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결심을 한 것 같다"면서 "이달 말 참의원 선거가 끝난다 하더라도 이 같은 한국에 대한 강경 기조는 계속될 수 있다"고 했다.

선거 유세 나선 아베 - 오는 21일 실시되는 참의원 선거 유세에 나선 아베 신조(安倍晋三·오른쪽) 일본 총리가 6일 오사카(大阪)의 한 상점가에서 유권자들에게 둘러싸여 손을 흔들고 있다.
선거 유세 나선 아베 - 오는 21일 실시되는 참의원 선거 유세에 나선 아베 신조(安倍晋三·오른쪽) 일본 총리가 6일 오사카(大阪)의 한 상점가에서 유권자들에게 둘러싸여 손을 흔들고 있다. /교도 연합뉴스

일본이 제3국을 통한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청한 것에 대해 한국이 최종 답변 시한인 18일까지 응답하지 않을 경우, 보복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우리 외교부는 일본의 중재위 설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우리는 지난달 일측에 '한·일 기업 기금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며 "일측이 이 기금안을 검토하길 재차 촉구한다"고 말했다.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현재로선 절충점을 찾기가 어려운 상태다. 일측의 중재위 구성 요구는 '한일청구권협정 해석·이행 과정에서 분쟁이 생겼을 땐 양국 간 협의를 진행하거나 제3국 참여 중재위를 구성토록' 한 청구권협정 제3조를 근거로 한 것이다. 3조 2항은 중재위 설치 요청에 대해 상대국은 30일 이내에 중재위원을 임명토록 했다. 또한 3항은 이 기간 내에 중재위원이 임명되지 않았을 경우 제3국이 중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해당 조항은 강제 사항이 아니라 한쪽에서 거부하면 중재위 설치는 이뤄질 수 없다.

아베 내각과 자민당은 선거 직전에 터진 '노후에 연금 외에도 2000만엔 필요' 보고서 파문으로 암초를 만난 상태다. 더욱이 선거가 실시되는 124개 선거구의 25%인 32개 선거구에서 야당이 단일화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아베 내각과 자민당은 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기세다.

하지만 아베 내각의 '무리수'는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 4~5일 실시돼 6일 발표된 요미우리 신문 설문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51%로, 오히려 지난달 28~30일의 직전 조사에 비해 2%포인트 하락했다. 일본의 주요 일간지 대부분이 1일 발표된 아베 내각의 경제 제재를 비판적으로 보도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 나서는 후보나 관계자들에게 연설하거나 유권자들을 만날 때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를 언급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정권 내부에서는 "참의원 선거 중에 일본이 약하게 나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아베 내각은 경제 제재의 북한 관련설과 관련해 구체적인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아 야당으로부터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당수 토론회에 함께 참여한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한일 간) 신뢰관계가 손상됐다면, 정부가 해야 할 것은 타협"이라고 지적했다.

☞중재위원회

1965년 체결한 한·일 청구권협정에 대한 해석·이행 과정에서 분쟁이 생겼을 때 양국 간 협의하거나 제3국이 참여해 이를 중재할 수 있도록 한 기구다. 한·일 청구권 협정 3조에 규정돼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9일 우리 정부에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 중재위 구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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