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파이팅이란 말도 '일제 잔재'라는 경기교육청

입력 2019.07.08 03:35

청산 대상 예시에 포함시켜
교육계 "교가에 친일 낙인찍더니 이젠 일상서 쓰는 말도 문제삼나"

일제 잔재를 청산하겠다는 경기도교육청이 최근 경기도 내 모든 초·중·고교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학교생활 속 일제 잔재 발굴 조사'를 위한 설문지를 배포했다. 이 설문지에서 '수학여행' '파이팅' 같은 일상용어까지 일제 잔재로 지목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전교조와 진보·좌파 교육감들이 친일 작곡가의 교가, 동상, 일제 향나무 청산을 추진해 온 데 이어 "이제 일상적으로 쓰는 말까지 다 청산하자는 게 말이 되느냐"는 반응이 교육 현장에서 나온다. 진보 성향인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친일인명사전편찬위 관계자 등으로 '100주년 특위'를 꾸리고, 일제 잔재 청산 등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교육청은 지난달 28일 2300여개 초·중·고교에 공문을 보내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본인이 생각하는 일제 잔재의 개념은 무엇인가' '학교생활 속 일제 잔재는 무엇이 있는가' '어떻게 청산해야 좋겠는가' 등을 묻고 오는 12일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원하는 사람만 내면 된다.

경기교육청은 응답지를 받은 뒤 역사 전공 교사 7명으로 구성된 '학교생활 친일 잔재청산 프로젝트 TF'에서 내용을 검토해 실제 청산 대상과 방법 등을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은 설문에서 청산 대상 일제 잔재 예시를 열거하면서 '친일 행위자가 쓴 교가(校歌)''역대 교장의 사진 가운데 일본인 교장도 포함된 경우' 등을 제시하면서 '수학여행' '파이팅' '훈화' 등의 용어도 제시했다.

예컨대 '파이팅(Fighting)'이라는 응원 구호는 2차대전 때 일본군이 출진 구호로 '화이토(ファイト·fight의 일본식 발음)'라고 외치던 데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또 '수학여행'은 구한말과 일제시대에 민족정신을 해치기 위해 조선 학생들을 일본에 견학시키던 풍속에서 비롯됐다면서 "수학여행의 시작에는 민족정신을 해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훈화'는 상사가 부하에게 훈시한다는 일제 강점기의 군대 용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경기 지역 중학교 교장은 "'수학여행' '파이팅'이란 말이 일본에서 왔다는 이유로 청산 대상이라면, '학교' '교육' '과학' 등 근대화 이후 생긴 거의 모든 단어가 일제 잔재에 해당될 것"이라면서 "일본 식민 지배에 대해선 학생들에게 제대로 가르쳐야 하지만, 지금 와서 교육청이 나서서 일본과 관련된 모든 걸 솎아내자는 식은 지나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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