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위기인데… 한국당은 '감투싸움'중

조선일보
입력 2019.07.06 03:09

예결위원장에 親朴 김재원 뽑히자 당초 내정됐던 非朴 황영철 "저질스럽고 추악한 행위" 반발
박순자는 "국토위원장 더 하겠다" 교체 거부한 채 '입원 농성'… 당 내부서도 "웰빙 근성 재발"

자유한국당 황영철(왼쪽) 의원이 5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위원장 후보자 선출을 위한 당 의원총회에서 선출 과정 비공개 결정을 내린 나경원(오른쪽)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에 항의하고 있다. 황 의원은 “나 원내대표가 측근을 예결위원장에 앉히려 당의 원칙을 훼손했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황영철(왼쪽) 의원이 5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위원장 후보자 선출을 위한 당 의원총회에서 선출 과정 비공개 결정을 내린 나경원(오른쪽)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에 항의하고 있다. 황 의원은 “나 원내대표가 측근을 예결위원장에 앉히려 당의 원칙을 훼손했다”고 했다. /이덕훈 기자

자유한국당은 5일 20대 국회 마지막 예산결산특별위원장, 국토교통위원장 등 자리를 놓고 집안싸움을 벌였다. 한국당 몫으로 배정된 두 자리는 당초 후임자가 정해져 있었지만 일부 의원이 "인정할 수 없다"고 나오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당내에서는 친박·비박 간 고질적 계파 갈등이 재연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예결특위 위원장에 친박계 김재원(3선) 의원을 선출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비박계 황영철(3선) 의원은 "저질스럽고 추악한 행위"라며 강력 반발했다. 황 의원은 김성태 원내대표 시절인 지난해 7월 20대 국회 마지막 예결위원장에 내정됐다. 그러나 김재원 의원은 "당시 (나는) 검찰 기소로 부당하게 당원권 정지를 받아 예결위원장 합의 과정에 참여 못했다"며 경선을 주장했고, 나 원내대표는 김 의원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황 의원이 반발하자 친박 김태흠 의원은 "개판이다. 3선 이상들 반성해야 돼"라고 하는 등 큰소리가 나왔다. 황 의원은 예결위원장 경선 참여를 거부했고, 결국 예결위원장직은 단독 출마한 김 의원에게 돌아갔다. 황 의원은 의총이 끝난 뒤 "나 원내대표가 측근을 예결위원장에 앉히려고 당의 원칙과 민주적 가치를 훼손했다"며 "잘못된 계파의 본색이 실망스럽다"고 했다. 그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내쫓을 때와 데자뷔"라고도 했다. 황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과 함께 탈당했다가 복당했다. 그러나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돼 1·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상태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될 경우 황 의원은 위원장직을 수행할 수가 없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나 원내대표가 친박계 지원으로 당선된 만큼 김 의원 손을 들어준 측면도 있지만 황 의원 재판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비박계 일각에선 김 의원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마지막 정무수석을 지내고도 예결위원장을 맡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가 맞느냐"는 말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자리를 놓고도 잡음이 나온다. 당초 위원장직을 1년만 맡기로 했던 박순자 현 위원장이 "6개월 더 해야겠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나 원내대표가 "원칙대로 교체" 입장을 밝히자 박 의원은 최근 병원에 입원했다. 박 의원은 자신의 입원 사진을 나 원내대표에게 보내는 등 '입원 농성' 중이다. 박 의원 후임으로 내정돼 있는 홍문표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박 의원의 막무가내식 떼쓰기는 몽니를 넘어 당을 욕보이는 행위"라며 "박 의원을 당 윤리위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리 다툼이 이어지자 한국당 내에서는 "이러다가 '제1 야당 기득권'에만 안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의 '웰빙 근성'이 재발했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황 대표 취임 2개월이 지난 4월 마지막 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24%까지 올랐다. 민주당(35%)과 11%포인트 차이였다. 그러나7월 첫째 주 조사에선 20%로 하락해 민주당(40%)의 절반 수준이 됐다. 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크지만, 그보다 한국당에 대한 거부감이 훨씬 강한 것 같다"고 했다. 인하대 홍득표 명예교수는 "이러다간 다음 총선에서 여야 4당이 '제1 야당을 심판하자'고 하는 선거가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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