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서핑 성지는 중문·고흥… 가을·겨울 파도 좋은 곳은 동해안

입력 2019.07.06 03:00

[아무튼, 주말]
전국 방방곡곡 서핑 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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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국제 서핑대회가 열리는 제주 중문 색달해변.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서핑(surfing)은 타이밍이다. 온몸의 감각으로 수평선 너머 시시각각 밀려드는 파도를 읽고 테이크 오프(take off·서프 보드 위에서 일어서는 동작) 해 파도의 변주를 즐기는 순간까지 타이밍이 팔할(八割)을 차지한다. 노련한 서퍼라도 파도가 없으면 타이밍마저 잡을 수 없는 게 서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머테이오', 하와이 '마우이' 해안처럼 큰 파도가 일어나는 세계적인 서핑 포인트는 아니더라도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도 타이밍만 잘 맞추면 근사한 파도를 만날 수 있는 서핑 포인트들이 있다.

한여름 파도 타는 묘미, 제주 '색달'·전남 '남열'

스키나 스노보더들이 '설질(雪質)'에 따라 움직이듯 서퍼들은 파도의 질(質)에 따라 움직인다. 거품이 적고 파도가 깔끔하고 높게 이는 곳이 서핑하기 좋은 포인트. 우리나라는 사실 여름보다 가을·겨울에 파도타기 좋다.

서퍼들이 이구동성 꼽은 여름 서핑 성지(聖地)는 제주 서귀포시 중문 색달해변(중문색달해수욕장)과 전남 고흥 남열해변(남열해돋이해수욕장)이다. 특히 제주 중문은 요즘 같은 성수기의 경우 새벽부터 바다에 입수해 파도 위에서 여명을 가르는 서퍼들이 심심찮게 목격된다. 대부분 해수욕장 이용객들을 피해 새벽 4~5시부터 바다로 나온 '로컬 서퍼'들이다.

색달해변은 6월부터 시작해 10월까지 양질의 파도를 만날 수 있다. 해변 내 서핑할 수 있는 구역이 300~400m로 넓은 편에 속한다. 해저가 모래로 돼 있어 초보들이 이용하기 좋은 '비치 브레이크(beach break)'부터 수중 암초 덕분에 큰 파도를 탈 수 있는 '리프 브레이크(reef break)'까지 다양한 서핑 포인트가 있는 것도 장점이다.

로컬 서퍼 소준의(35)씨가 남녀노소에게 추천한 서핑 포인트는 색달해변 중심에서 '하얏트리젠시 제주' 방향의 비치 브레이크다. 절벽을 낀 중문 지형 특성상 보드 이동이 쉽지 않아 '제주서핑스쿨'을 비롯해 중문 지역 서프숍들이 해변 가까이에 '출장소' 개념의 서프숍을 운영한다.

전남 고흥군 남열해변도 여름에 파도가 좋기로 소문났다. 남열해변의 유일한 서프숍인 '아이러브엔와이서프'의 김건진(36) 대표는 "체험 서핑을 위한 서핑 강습생들이 작년부터 부쩍 늘었다"고 했다. 이곳 남열해변 파도 성수기는 6월 중순부터다. 김 대표는 "남열해변은 1m 이내의 적당한 파도가 자주 올라와 서핑 강습을 받기에 좋은 포인트"라며 "중급자 이상 수준은 7월부터 9월까지 제대로 된 파도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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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 동산해변의 서프숍 '블루코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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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 천진해변의 서프카페 '론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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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 죽도해변의 서퍼.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서핑 문화 체험하기 좋은 강원권

구릿빛 피부에 상반신을 탈의한 서퍼들이 펍(pub)에서 '피맥(피자와 맥주)'이나 '핫맥(핫도그와 맥주)'을 즐기고 파도가 좋은 타이밍에 맞춰 바다로 달려나가는 이국적인 서핑 문화 체험은 강원도 양양·고성 등 강원권 해변이 제격이다. 아쉽게도 강원권의 파도 성수기는 여름이 아닌 가을·겨울이다. 여름엔 잔잔하고 안정된 파도가 이어져 바캉스를 전후해 서핑을 처음 접하는 입문자들이 강습받기에 무난하다.

양양군 죽도해변(죽도해수욕장)을 비롯해 인접한 동산해변, 인구해변, 기사문해변 일대엔 '원년 서퍼'들이 운영하거나 일궈놓은 서프숍, 서퍼 맛집, 서퍼 전용 게스트하우스 등이 밀집돼 있다. 중광정해변은 서핑 전용 해변인 '서피비치'가 들어서 있다. 개장 5년 차를 맞은 서피비치는 현재 해변에 꾸민 '비치 바(beach bar)'와 서핑 강습을 운영 중이며 재단장을 거쳐 7월 중 재개장 예정이다.

양양의 번잡함을 피해 최근 서퍼들이 조용히 찾는 곳은 고성군 송지호해변(송지호해수욕장)과 이어지는 삼포해변(삼포해수욕장), 천진해변(천진해수욕장) 등이다. 5년 차 서퍼 김남훈(33)씨는 "양양은 포화 상태가 된 것 같아 새로운 서핑 포인트를 찾아 고성으로 '북상(北上)'했다"고 했다.

송지호해변은 4㎞의 긴 백사장을 품은 깨끗한 해변으로 유명하다. 사실상 국토 최북단의 서핑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작년 말 송지호해변에 있는 '죽도'가 해중경관지구로 지정되면서 해안가 주변엔 호텔, 편의점 등이 속속 들어서는 중이다. 해안가 일차로를 사이에 두고 '서프그라운드' '서프61' '위너서프' 등 5개의 서프숍이 띄엄띄엄 자리 잡고 있다. 삼포해변과 자작도해변(자작도해수욕장), 나란히 있는 백도해변(백도해수욕장) 등 작은 해변도 숨은 서핑 포인트다. 특히 작은 만(灣) 형태를 이루는 자작도해변엔 서프숍인 '고고비치서프'가, 백도해변엔 '서프롯지' '피치서프' 등이 영업 중이다.

이 밖에 천진해변에는 서핑보드 브랜드이자 한국형 서프보드를 제작하는 '블랭크스서프보드디자인'과 천진해변에서'힙(hip·최신 유행을 잘 아는)'하기로 소문난 서프카페 '론존'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 연말까지 연안 정비 사업으로 해변이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다. 해수욕장 개장 기간에는 작업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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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산 송정해변에서 서핑하는 장년 서퍼 양정숙씨. 2 부산 송정해변의 서퍼 맛집 '비스트로 하이'의 쉬림프파스타와 미고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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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송정해변 서프숍 '서프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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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도심권과 인접한 '송정포니아' 부산 송정해변.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부산 '송정포니아', 울산 '진하'와 포항 '신항만'도 많이 찾아

부산 송정해변(송정해수욕장)은 제주·양양과 함께 국내 3대(大) 서프 스폿, 서핑 포인트다. 1년 내내 파도를 즐길 수 있어 '송정포니아('송정해변'과 서핑 명소 '캘리포니아'의 합성어)'라 불린다. 송정해변에서 7년째 서퍼 맛집 '비스트로 하이'를 운영하고 있는 서퍼 강성목(43) 대표는 "해운대구 도심권과 인접한 바다라 교통 편리하고 로컬 서퍼들이 출퇴근 전후로 일상 서핑을 즐기는 해변은 흔치 않다"고 했다. 송정해변에서 서프숍 '서프홀릭'을 운영하는 신성재(43) 대표 역시 "송정은 통계적으로 파도의 빈도수가 높은 곳"이라며 "수심이 완만하게 깊어져 강습하기에 알맞다"고 했다.

'서핑의 메카'라 불리는 만큼 서퍼들의 대모 서미희 '송정서핑학교' 대표, 2012년 tvN '화성인X파일'에 '서핑홀릭녀'로 출연해 송정 서핑 포인트를 널리 알린 김나은(36) '서프베이' 대표 등 서핑으로 유명한 이들이 터를 잡고 1년 내내 서핑을 즐기며 전문 서퍼로 활동하고 있다. 젊은 층 일색인 여느 서핑 포인트와 달리 중·장년층, 어린이, 청소년 서퍼도 종종 눈에 띈다. 송정해변에서 열정적으로 서핑을 즐기던 양정숙(65·부산 수영구)씨는 "서핑은 온몸의 감각과 근육을 모두 쓰는 해양 레포츠"라며 "수영보다 운동량이 많아 체형 관리에도 도움되더라"고 했다.

여름에 큰 파도는 없다. 7~8월 해수욕장 개장 기간엔 서퍼들과 해수욕 인파가 한 번에 몰리다 보니 안전사고에 대비해 해수욕할 수 있는 '수영 존', 해양 레포츠가 가능한 '레저 존', 군인들을 위한 '군 하계 휴양지' 구역을 구분해 놓는다. 김나은 서프베이 대표는 "작년에 레저 존이 50m밖에 되지 않아 서퍼들이 몰리는 시간대엔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는데 올해는 레저 존이 100m로 정도로 넓어져 다행"이라고 했다.

해변에 수상안전요원이 배치돼 있고, '송정119수상구조대'도 갖추고 있어 좀 더 안전한 서핑과 물놀이가 가능하다. 총 19개의 서프숍, 맛집, 편의 시설과 왕복 2차로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해변이 있어 오가기가 수월하다.

해운대해변(해운대해수욕장) '팔레드시즈'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사이에도 서핑 포인트가 있지만 보드 대여나 강습 체험하기에는 송정해변이 선택의 폭이 넓다. 부산 로컬 서퍼들은 때로 기장군 임랑방파제 주변 임랑해변(임랑해수욕장), 울산 진하해변(진하해수욕장), 포항 영일만 신항만 용한리해변(용한리해수욕장) 등도 즐겨 찾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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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만리포해변의 서프숍 'MLP서프'.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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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에서 유일하게 서핑이 가능한 충남 태안 만리포해변.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서해는 태안 '만리포'가 유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해변(만리포해수욕장)은 서해 유일한 서핑 포인트다. 입문, 초보 서퍼들에게 적합하다. 백사장 뒤쪽으로 소나무 숲이 있어 서핑과 캠핑이 동시에 가능하다. 만리포해변에선 'MLP서프(MLPsurf)'가 일찍부터 자리 잡았다. 만리포해변 북쪽 방면엔 26m 높이에서 560m 활강하는 만리포짚라인(1인 1만5000원, 주말 운영), 천리포수목원 등 가까운 곳에 즐길 거리가 많아 파도가 없을 때 주변 관광을 할 수 있다.

서핑 포인트 중 일부 해변은 해수욕장 개장 기간에만 입수가 가능하다. 입문자를 대상으로 하는 강습은 서프숍에 따라 대개 3시간 기준 5만~7만원 선이며 안전 지도, 이론, 실전, 자유 서핑 등을 3시간가량 체험할 수 있다. 서핑 보드 대여료는 3시간 기준 3만원 선이다. 서핑숍 선택 시 전문 자격증 소지자에게 배우는 것이 안전하며 서핑 포인트를 선택할 땐 수상안전요원 배치 여부를 확인한다. 파도가 없는 날이나 파도가 심한 날에는 서핑이 어려울 수도 있으니 '윈드파인더' 등을 통해 실시간 해변 상황을 확인 후 떠나는 게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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