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궁금] "파업인데 학교 가서 밥 해주겠다" 교육청은 왜 '학부모 자원봉사' 거절했나

입력 2019.07.05 16:28 | 수정 2019.07.05 16:56

‘급식 대란’에 급식 자원 봉사 손 든 학부모들
교육청 ‘불허’…"부당노동행위·식품위생법 위반 논란"

"조리원 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된다는데, 학부모들이 학교로 가서 음식을 해주면 안 될까요?"
"학부모 자원봉사자 투입시 부당노동행위로 간주돼 학교장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열린 인천 숭의초등학교 학부모운영위원회에서는 "파업하는 조리원 대신 학부모가 급식 조리를 지원하면 안되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당시 민주노총 산하 학교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 찬반 투표를 앞두고, 파업 돌입이 기정사실화하면서 ‘급식 대란’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그날 오후 투표 결과 노조원 70.3%의 찬성하면서 파업이 가결됐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은평구 연신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빵과 에너지바, 주스로 대체된 급식을 받아 먹고있다. 이날 영양교사 포함 총 6명 중 비정규직 직원 5명은 파업으로 출근하지 않았다./ 고운호 기자
지난 3일 오후 서울 은평구 연신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빵과 에너지바, 주스로 대체된 급식을 받아 먹고있다. 이날 영양교사 포함 총 6명 중 비정규직 직원 5명은 파업으로 출근하지 않았다./ 고운호 기자
학부모 운영위원들은 "대체급식으로 나오는 빵·두유는 아이들의 한끼 식사가 되기에 부족함이 있다"며 "맞벌이 부모는 도시락 싸는데도 어려움이 있으니 차라리 요식업 경험이 있는 부모 몇 명이 급식을 만들겠다"고 했다.

학부모들의 요청에 학교 측은 인천시교육청에 문의를 했지만, 교육청은 ‘불가’ 입장을 내놨다. 업무대행은 교직원만 가능하며 학부모의 투입은 어렵다는 것이다.


인천시교육청 측은 "파업으로 중단된 급식을 위해 대체근로자를 투입하거나 외부 업체에 도시락을 주문제작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파업 의미를 무력화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보건증 등이 없는 학부모가 급식을 만들 경우 식품위생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밝혔다.

‘학부모 투입 금지’의 근거가 된 법령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제 43조다. 이 조항은 ‘사용자는 쟁의 행위 기간 중 그 쟁의 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해 당해 사업과 관계 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동조합법에 따라 적법한 파업 중 사용자가 대체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며 "철도나 전기 등 필수공익사업만 대체근로가 가능하다"고 했다.

또 급식비를 활용해 외부에 도시락을 주문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도 교육청과 학교 측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초등학교 1식(食) 기준 급식비는 약 2810원이다. 여기에 근무하지 않는 근로자의 인건비를 추가하면 약 3000원 가량을 대체급식비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청과 학교 측은 외부 음식을 구매하는 행위도 누군가 금액을 계산하고, 주문한 뒤 배송받는 등 조리원의 업무를 대체해야 하기 때문에 부동노동행위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급식비를 활용해 빵과 우유 등 완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도시락과 같이 주문 제작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만, 급식을 만들려고 하면 학교장이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 돌입으로 전국 여러 학교의 급식이 중단된 3일 강원 춘천시의 한 중학교 조리실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학교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 돌입으로 전국 여러 학교의 급식이 중단된 3일 강원 춘천시의 한 중학교 조리실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교육청이나 학교 측에서 사전에 파업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4학년과 6학년 자녀를 둔 구민서(42)씨는 "아이들이 도시락 메뉴를 비교하며 박탈감을 느낄까 봐 걱정된다"며 "부모가 아이 밥 짓는 자원봉사를 왜 막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교육계와 정치권에서는 급식 대란을 막기 위해 급식이 ‘필수공익사업’에 포함되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4일 성명에서 "학교는 급식뿐 아니라 돌봄, 간호, 차량안전, 경비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학생 건강과 밀접해 최소한의 보호를 해야 한다"며 "파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조법을 즉각 개정해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에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박완수 의원은 노동조합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박 의원은 "파업은 근로자의 권리지만, 공공의 복리에 지장을 주는 경우에는 대체 인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며 "급식, 돌봄 등 근로자 파업으로 공중의 일상생활이 현저하게 저하되는 경우 필수공익사업에 준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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