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가 최근 '전후 최악' 수준으로 악화한 것은 한·미·일 3각 동맹의 중심축인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중재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4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은 아시아의 두 경제 대국이자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 문제 등으로) 다툴 때면 북한의 안보 위협과 중국의 군사력 확장을 우려해 개입해왔다"며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중재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뒤 방한(訪韓)도 했지만, 작년 말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등으로 불거진 한·일 갈등과 관련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대니얼 스나이더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점점 방관자의 자세를 보이면서 한·일 간 불화는 경제 분쟁으로 표류하고 있다"며 "이는 매우 위험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1960년대 한·일 국교 정상화도 박정희 정부의 의지라기보다는 미국이 서로 화해하라는 강력한 권유에 의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미국이 당시 적성국인 소련·북한 등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한·일 국교 정상화를 추진했고, 이를 통해 강력한 3각 동맹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왜 잘사는 한국과 일본에 미군을 주둔시켜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기존의 안보 문법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그가 지금이라도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