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이 지난 1일 발생한 홍콩 입법회 점거 시위 가담자 12명을 3일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홍콩 경찰은 이번 체포를 시작으로 대규모 검거 작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입법회 점거 사태 이후 최초로 검거된 이 시위자들은 남성 11명, 여성 1명으로 불법 집회, 무기 소지, 경찰관 폭행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한 경찰 소식통은 SCMP에 "경찰은 입법회 점거 시위 직후부터 현장에서 헬멧, 마스크, 금속 파이프 등 수천 개의 증거물을 확보해 시위 가담자들의 지문과 DNA를 수집해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이미 수십명의 용의자 신원이 확인돼 가까운 시일 안에 검거 선풍이 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입법회 점거에 가담한 시위자는 최소 수백명으로 추정돼 경찰이 대규모 검거에 나서면 홍콩 사회에 거센 공안 바람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경찰은 이날 체포된 12명과 별개로 지난달 30일 홍콩 당국의 회의를 방해한 혐의로 6명을 체포했다.

홍콩 시위 사태는 과거 홍콩을 통치했던 영국과 중국 간 외교 분쟁으로도 비화하고 있다. 특히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이 2일(현지 시각) BBC 인터뷰에서 "홍콩 시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보호한다는 1984년의 홍콩 반환 협정을 존중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중국에 경고하자 중국은 격하게 반발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헌트 장관은 아직도 식민 통치의 환상에 취해 있는 것 같다"며 "영국이 홍콩 주민의 자유를 쟁취했다는 생각은 완전히 후안무치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헌트 장관에 한번 물어보자"며 "영국 식민 통치 시기 홍콩에 민주가 어디 있었느냐. 당시 홍콩인들은 시위의 자유조차 없었다"고 맹비난했다. 겅솽 대변인은 2011년 8월 영국에서 일어났던 폭동까지 거론하며 "영국 의회가 시위대에 둘러싸여 공격받고 훼손된다면 영국은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고도 했다.

양국의 설전은 영국 외교부가 3일 류샤오밍 주영 중국 대사를 초치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류 대사는 이날 BBC 등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영국인은 홍콩이 이미 중국 품에 안겼다는 걸 망각한 것 같다"며 "홍콩에서 손을 떼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영국 정부와 새 총리가 중국 내부 문제에 간섭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영국 외교부는 "용납할 수 없는 발언과 관련해 그를 초치했다"고 밝혔다. 류 대사 초치에 대해 4일 중국 외교부는 "중국 역시 엄중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말해 중국도 맞대응 차원에서 주중 영국 대사를 초치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