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전혀 민주적이지 않은 '서민위'

입력 2019.07.05 03:14

정지섭 사회부 차장
정지섭 사회부 차장

찬성 60표, 반대는 24~25표. 지난 1일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재수(再修) 끝에 통과된 조례 개정안 2건에 대한 투표 결과다. 외부 인사들로 구성돼 연간 최대 1조원의 시 예산안에 대해 관여할 수 있는 조직인 '서울민주주의위원회'를 설치하고 직위를 만든다는 것이 조례안 골자다.

찬성이 반대보다 두 배 이상 많아 무난한 가결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시와 의회 안팎에선 '이변' '반란'이라고 한다.

시의회 의석의 93%(110석 중 102석)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에서 반대표가 스무 표 넘게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시의회에서 조례안을 표결에 부친 일 자체가 드물었다. "이의 없느냐? 없으면 통과시킨다"는 의장 발언과 의사봉 3타로 이어지는 초스피드 통과가 대부분이었다. 간혹 투표에 부치더라도 압도적 표차였다. 시 입장에선 더없이 '편한 의회'다. 그 편한 의회가 이번엔 제동을 걸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경제위원회가 조례안을 본회의에 올리며 남긴 심사·검토 보고서에 답이 있다. 보고서는 서울민주주의위원회의 '대의민주주의 훼손' 가능성을 적시했다. 선거로 뽑히지 않은 사람들이 중요 시책 결정에 참여하게 될 경우 "지방자치법에서 정한 지방의회의 고유 권한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외부 인사들에게 연간 1조원 규모의 예산을 주무를 권한을 준 건 "시의회 고유의 예산 심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절차적 하자도 지적됐다. 당초 이 조례안이 지난달 17일 상임위에서 부결되자 서울시는 아흐레 뒤인 26일 하루 동안 입법 예고했다. 시 조례안은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경우 입법 예고 기간을 20일 이상 하게 돼 있는데, '특별한 상황'으로 본 것이다.

보고서는 서울시의 이런 절차를 "지방의회 조례 심사권과 시민의 정당한 알 권리를 침해할 여지가 큰 남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체장의 입법 전횡을 막을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원순 시장을 '권한 남용·입법 전횡 단체장'으로 본 것이다. 보고서 내용은 '민주주의위원회를 만드는 절차가 전혀 민주적이지 않다'라는 문장으로 요약된다. '의회민주주의가 침해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초유의 집단 반란표를 이끌어냈다.

이런 우려에도 조례안은 가결됐고, 서울민주주의위원회는 이달 하순 출범한다. 시 예산의 편성·집행 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시장이 입맛대로 예산을 투입하고, 의회 견제를 무력화할 도구로 악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가결 직전 의회가 남긴 보고서는 그런 우려가 괜한 걱정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서울민주주의위원회가 이름과 달리 비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건 아닌지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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