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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달콤하게 취하고 나는 짭짤하게 돈 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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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7.05 14:01

"금·다이아몬드 보다 낫다"… 뭉칫돈 몰리는 와인 투자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와인 거래 가격을 지수화한 '리벡스 파인 와인 1000'은 2016년 6월 이후 3년 만에 39% 올랐다. 최근 5년 사이 상승률은 46%. 같은 기간 영국 런던증권거래소 FTSE 100 주가지수의 상승률 12%,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 CAC 40주가지수의 23%보다 훨씬 높았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증권 거래 시세를 재는 지표인 MSCI월드지수는 25% 오르는 데 그쳤다. 와인에 투자했다면 증시에 투자한 것에 비해 곱절에 가까운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 의미다.

이탈리아 비온디 산티의 생산자 야코포 비온디 산티(70) 대표가 자신의 와인을 품평하고 있다. / 이태경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던 와인의 투자 가치가 최근 다시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다. 파인 와인 1000은 영국 런던 와인 거래소 '리벡스(LIVEX·London International Vintners Exchange)'가 2004년 1월 와인 가격을 100으로 놓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하는 1000개 와인의 현재 가격을 비교해 지수화한 가장 공신력 있는 와인 관련 시장 지표. 최근 5년 사이 다이아몬드(-9.6%), 귀금속(-2.0%), 금화(3.6%)가 거둔 수익률과 비교하면 와인의 투자 가치는 더욱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6년 이후 와인펀드 다시 부상

와인펀드는 지난 20여 년간 단맛과 쓴맛을 모두 봤다. 2000년대 초반 IT(정보기술) 거품이 터지기 직전까지 미국 실리콘밸리의 사업가들 사이에서 '프랑스산 샴페인'은 성공의 징표였다. 이들이 막대한 투자 자금을 회수해 와인펀드에 쏟아부으면서 와인펀드는 냉전 이후 최전성기를 맞이했다. 이후 중국 경제가 부상하면서 홍콩을 중심으로 와인 거래가 폭증했고, 와인 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2008년 금융 위기가 닥치자 와인펀드는 가장 먼저 된서리를 맞았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펀드인 '빈티지 와인펀드'는 한때 2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자산을 운용했지만 거래 부진으로 2013년 청산됐다.

침체에 허덕이던 와인펀드계는 2016년을 기점으로 다시 빛나기 시작한다. 저(低)금리를 피해 투자처를 찾던 미국 금융투자업계 레이더에 와인이 다시 들어오면서 뭉칫돈들이 몰리기 시작한 것.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프리미엄 와인 소비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요식업계도 때마침 다시 기지개를 켜면서 와인펀드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리벡스는 2018년 기준 전 세계 와인펀드 시장 규모가 3조5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평가한다. 리벡스 지수를 따르는 영국 컬트와인투자의 토머스 기어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전화 통화에서 "유럽이 300년 전에 만든 시장을, 중국이 30년 전에 키웠고, 미국이 3년간 다듬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운용하는 와인 펀드는 지난해 수익률 13%를 기록했다. 2016년 26%를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두 자릿수 수익률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왼쪽 사진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으로 알려진 로마네 콩티와 로마네 콩티를 만드는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의 다른 와인들. / 로마네 콩티

회수 기간 긴 스타트업 투자와 흡사

와인펀드는 기본적으로 투자할 만한 고급 와인을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대체 투자' 개념이다. 다만 원자재·금 같은 다른 대체 투자와 달리 전통적인 투자 대상인 주식·채권과 상관관계가 적다는 이점이 있다. 실물 자산이라 가치를 보존할 수 있어 유럽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전통적인 리스크 헤지(회피) 수단으로 여겼다.

최근 와인 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와인펀드를 헤지 수단으로 보기보다 스타트업 투자에 빗대어 표현한다. 사실 고전적인 분위기를 담은 와인과 현대적이고 실용적인 인상을 지닌 스타트업은 공통점이 많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와인펀드와 스타트업 모두 안정적인 이윤을 얻기 위해서는 한번 투자를 한 뒤 최소 3년에서 보통 10년 정도는 묵묵히 투자금을 묻어두고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와인이 충분히 익지 않은 초기에는 수십 년 후 와인의 가치가 어떻게 변할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을 판가름할 때 어떤 벤처캐피털에서 얼마를 투자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면, 와인 역시 어떤 펀드에서 얼마나 주문했는지를 주요 지표로 여긴다. 와인 시장을 좌우하는 유명 평론가를 자문으로 둔 운용사,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와인으로 대박을 터뜨린 운용사가 고르는 차기 와인은 일약 와인 투자 업계에서 '아이돌'로 떠오른다. 업황에 따라 승승장구하던 스타트업 투자 가치가 출렁이듯 와인 가격도 출하 당시엔 알 수 없었던 일조량, 경작 상태에 대한 분석이 들어가면서 이후 와인 가격이 2배 이상 오르락내리락한다. 단순히 '유명한 와인을 저렴할 때 사서 창고에 묵힌 후 시간이 지나면 비싸게 판다'는 단순한 공식만으론 성공하기 어렵다. 다양한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기지를 발휘해야 성공하는 고도의 투자 시장인 셈이다.

프랑스 와인이 80% 차지

주식형 펀드 매니저들이 미국 우량 기업을 포트폴리오의 기반으로 삼는 것처럼 와인펀드 운용사 대부분은 프랑스 유명 와인으로 투자 금액의 80%를 채운다. 나머지 20%를 놓고 미국 와인이 10%, 이탈리아 와인이 5%, 독일과 호주 같은 나머지 국가가 5%를 나눠 갖는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산지인 프랑스 보르도를 대표하는 5개 와인 샤토 라피트 로칠드, 샤토 라투르, 샤토 마고, 샤토 무통 로칠드, 샤토 오브리옹은 와인펀드에서 전통적인 '대장주'로 여겨진다. 이들은 연 생산량이 각각 20만병을 넘어서는 대형 브랜드.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거래되고, 수십 년 이상 보관해도 맛이 변하지 않아 자산으로 가치가 높다. 오히려 숙성될수록 입안에서 중후한 느낌을 주고 여러 가지 오묘한 맛과 풍미를 풍긴다.

매년 양조장에서 출고하는 와인 가격만 놓고 보면 5개 브랜드가 거의 차이가 없지만, 선물(先物) 거래와 경매 시장을 거쳐 투자 업계가 대량으로 사들이는 단계에 들어서면 가격 차가 현저하게 벌어진다. 2000년 이전에는 미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사랑했고 '이건희 와인'으로도 불렸던 샤토 라투르의 인지도가 가장 높았지만, 이후 중국 신흥 거부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샤토 라피트 로칠드가 품귀 현상을 보일 정도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다른 브랜드보다 비교적 중국인들이 발음하기 쉽고, 중국에 포도밭을 사들여 원격 생산을 선언하는 등 마케팅에 공을 들인 덕분이다. 샤토 라피트 로칠드 2000년산은 2004년만 해도 12병 들이 1 박스당 4000달러였지만 지금은 3만달러를 내도 구하기 힘들다.

최근에는 투자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보르도와 상반된 특징을 지닌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 와인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보르도가 월마트·코카콜라처럼 중심을 잡아주는 굴뚝주라면 부르고뉴는 넷플릭스·페이스북과 같은 신흥 우량주 개념이다. 전 세계 와인 가운데 최고가를 자랑하는 로마네 콩티가 대표적인 부르고뉴 와인이다. 로마네 콩티는 한 해 생산량이 5000여 병에 불과하며 한 병당 수천만원은 줘야 손에 넣을 수 있다. 미국 와인 작가 로저 모리스는 전화 인터뷰에서 "와인을 만드는 생산자가 세상을 떠나면 그의 이름값이 와인 가격을 높이기도 한다"며 "와인 업계에서 나이가 지긋이 든 유명 생산자 와인을 입도선매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북부 유명 생산자 로베르토 보에르지오의 '체레키오'. / 로베르토 보에르지오

프랑스 와인이 80% 차지

주식형 펀드 매니저들이 미국 우량 기업을 포트폴리오의 기반으로 삼는 것처럼 와인펀드 운용사 대부분은 프랑스 유명 와인으로 투자 금액의 80%를 채운다. 나머지 20%를 놓고 미국 와인이 10%, 이탈리아 와인이 5%, 독일과 호주 같은 나머지 국가가 5%를 나눠 갖는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산지인 프랑스 보르도를 대표하는 5개 와인 샤토 라피트 로칠드, 샤토 라투르, 샤토 마고, 샤토 무통 로칠드, 샤토 오브리옹은 와인펀드에서 전통적인 '대장주'로 여겨진다. 이들은 연 생산량이 각각 20만병을 넘어서는 대형 브랜드.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거래되고, 수십 년 이상 보관해도 맛이 변하지 않아 자산으로 가치가 높다. 오히려 숙성될수록 입안에서 중후한 느낌을 주고 여러 가지 오묘한 맛과 풍미를 풍긴다.

매년 양조장에서 출고하는 와인 가격만 놓고 보면 5개 브랜드가 거의 차이가 없지만, 선물(先物) 거래와 경매 시장을 거쳐 투자 업계가 대량으로 사들이는 단계에 들어서면 가격 차가 현저하게 벌어진다. 2000년 이전에는 미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사랑했고 '이건희 와인'으로도 불렸던 샤토 라투르의 인지도가 가장 높았지만, 이후 중국 신흥 거부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샤토 라피트 로칠드가 품귀 현상을 보일 정도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다른 브랜드보다 비교적 중국인들이 발음하기 쉽고, 중국에 포도밭을 사들여 원격 생산을 선언하는 등 마케팅에 공을 들인 덕분이다. 샤토 라피트 로칠드 2000년산은 2004년만 해도 12병 들이 1 박스당 4000달러였지만 지금은 3만달러를 내도 구하기 힘들다.

최근에는 투자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보르도와 상반된 특징을 지닌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 와인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보르도가 월마트·코카콜라처럼 중심을 잡아주는 굴뚝주라면 부르고뉴는 넷플릭스·페이스북과 같은 신흥 우량주 개념이다. 전 세계 와인 가운데 최고가를 자랑하는 로마네 콩티가 대표적인 부르고뉴 와인이다. 로마네 콩티는 한 해 생산량이 5000여 병에 불과하며 한 병당 수천만원은 줘야 손에 넣을 수 있다. 미국 와인 작가 로저 모리스는 전화 인터뷰에서 "와인을 만드는 생산자가 세상을 떠나면 그의 이름값이 와인 가격을 높이기도 한다"며 "와인 업계에서 나이가 지긋이 든 유명 생산자 와인을 입도선매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국내에는 와인펀드 없어 해외 주식 사야
일부 투자자는 소더비 등서 직접 경매 수백 병 사들여

국내에는 와인 투자 펀드가 없다. 또 해외 와인펀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해당 금융 당국 규정에 따라 자격이 인증된 전문 투자자의 자금만 받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은 유명 해외 와인펀드에 끼어들 방법이 없다. 그래서 와인업계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일부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직접 외국 증시에 상장된 와인 관련 종목을 사들이기도 한다. 현재 글로벌 종합 주류 브랜드 디아지오, 미국 유명 와이너리 '로버트 몬다비'를 소유한 콘스텔레이션 브랜즈 같은 대형 기업이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돼 있다. 파리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도 단순히 세계 최대의 고가품 관련 기업일 뿐 아니라, 샤토 슈발블랑과 샤토 디켐 같은 최고급 와이너리를 소유한 각광받는 와인 관련주다.

한국에서 인지도가 매우 높은 샤토 무통 로칠드. / 샤토 무통 로칠드

조금 더 적극적인 일반 투자자들은 펀드 대신 경매를 통해 수백 병 단위로 와인을 사들인다. 소더비와 크리스티 같은 세계적인 경매사들은 뉴욕·파리·런던·홍콩 같은 주요 와인 거래 거점에서 수시로 와인 경매를 주관한다. 주로 와인 소유자가 죽거나(die), 이혼을 하거나(divorce), 빚(debt)이 생겼을 때 좋은 매물이 한꺼번에 나온다 해서 와인 경매사들은 '와인 경매에서 성공하려면 3D를 노려야 한다'고 충고한다. 다만 와인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일반 투자자라면 행정 절차를 대신해 줄 경매 대행사나 해외 와인 투자자문 서비스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이들은 가장 이윤을 많이 볼 수 있는 경매 포트폴리오를 짜주거나, 낙찰받은 와인의 상태를 감정해 주는 대신 낙찰가의 10~15%를 받는다. 국내에서도 K옥션 같은 경매사에 드물게 와인 수십 점이 출품되곤 한다.

큰 자금을 굴리기 어려운 소규모 와인 애호가들은 프랑스나 미국 같은 와인 산지에서 열리는 선물거래 행사 '엉 프리뫼르(En Primeur)'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동호인들끼리 알음알음 자금을 모아 와인 370여 병 분량의 큰 통 1개를 경매로 낙찰받는 식이다. 일부 미국의 대형 와인 판매 사이트는 애호가들을 위해 6~12병 규모로 실시간 경매를 진행한다. 이런 소규모 경매는 대체로 낙찰가가 소매가보단 싸지만, 출고가보다는 비싼 경우가 잦아 투자가치는 떨어지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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