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핵심소재 등의 수출을 규제하는 사실상의 경제보복 조치를 내리자 국내에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자제운동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지난 3일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일본기업 제품 불매운동 동참합시다’ ‘일제 불매는 쉬운 것 부터’ ‘일본여행 가지 맙시다’라는 제목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일본 제품 불매 목록’도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불매 목록에는 토요타·렉서스·혼다 등 자동차 브랜드, 소니·파나소닉·캐논 등 전자제품 브랜드, 데상트·유니클로·ABC마트 등 의류 브랜드, 아사히·기린·삿포로 등 맥주 브랜드 등 다양한 일본 브랜드가 포함됐다. 네티즌들은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기업명까지 공유하며 동참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해당 글에는 300여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트위터 캡처

트위터에도 ‘#일본제품불매’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일본 제품 불매 몰록과 일본 제품 불매운동 포스터를 공유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고있다. 또 ‘전범기와 나치 독일 국기는 동일하다. 일본 제품 불매하라’는 내용의 영어 게시글도 퍼지고 있다.

유명 육아카페, 스터디 카페 등에도 비슷한 취지의 게시물이 올라와 수십여명이 댓글로 동참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일본의 무역제재 소식을 다룬 언론보도에는 ‘당분간이라도 일본 제품 쓰지 말고 일본 여행도 가지 말자’, ‘가능하면 한국산 제품을 사용하자’ 등의 댓글이 달려 수천 개의 ‘좋아요’를 받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일본 경제 제재에 대한 정부의 보복 조치를 요청한다’는 청원글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 1일 게시된 이 청원은 현재까지 약 1만5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문화계까지 불똥이 튀었다. 일본 국적 연예인의 국내 활동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기 시작했다. 네티즌은 퇴출 대상으로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의 사나, 모모, 미나와 아이즈원 미야와키 사쿠라, 야부키 나코, 혼다 히토미 등을 꼽았다.

오프라인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등장했다.

전범기업 불매운동 동참 촉구하는 대학생겨레하나 회원.

대학생 단체 ‘겨레하나’는 이날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과 광화문 사거리, 광화문 유니클로 매장, 토요타 대리점, 용산역 강제징용 노동자상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이 단체는 자신들의 트위터 계정에 "일본 정부는 경제보복과 협박으로 우리 국민들이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며 "국민들은 자발적인 불매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일본 자동차에 대한 불매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는 "대응 조치에는 정부가 아니라 시민단체가 나서는 게 좋다"며 "일본 차를 더 이상 사용하지 맙시다 등의 운동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지난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를 통해 "한국 정부가 나서면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며 "시민단체들이 불매 운동을 하면 일본 정부도 이야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차 산업이 전체적으로 파워를 가지고 있다"며 "일단 시민단체에서 압력을 넣는 방식으로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냐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1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핵심 소재 3종류의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수출 규제 강화 조치가 발표되면서 한국은 첨단 소재 등의 수출 절차에서 번거로운 허가 신청과 심사를 받게 됐다. 이는 약 90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한국 기업에는 큰 타격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날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과 관련해 본격적인 법률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