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도 중국 수준의 나라인가

조선일보
입력 2019.07.04 03:19

일본의 무역 보복에 대해 미·영 등의 해외 언론이 우려하고 있다. "일본 제 발등 찍는 일이 될 수 있다"(월스트리트저널) "결국 전 세계 소비자 피해로 돌아갈 것"(파이낸셜타임스)이라고 한다. 일본 언론에서도 "자유무역에 역행하는 조치로 결국 역풍을 맞을 것"(요미우리)이라는 등의 비판이 이어진다. 일본의 한 경제 전문가는 WTO 규범 위배 가능성도 지적했다. 일본의 무역 보복이 한국과 일본은 물론 각국이 긴밀하게 얽혀있는 전 세계 산업의 공급 체인을 교란시키는 부작용을 낼 것이라는 데 대부분 해외 전문가들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다.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한·일 사이에 숱한 갈등이 벌어지고 충돌도 빚었지만 경제만큼은 긴밀한 상호 협력관계를 깬 적이 없다. 서로에게 3~5위의 수출입 상대국이며, 사실상 하나의 경제권이다. 반도체뿐 아니라 석유제품·철강·정밀화학·식품 등 주요 산업에서 두 나라 기업들은 경쟁하면서도 시계 부품처럼 긴밀하게 연결돼 돌아가고 있다.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한 곳이 반드시 피해를 보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일본의 보복은 50여 년간 축적해온 한·일 경제협력의 틀을 흔들고 신뢰 관계에 근본적인 금이 가게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가 "한국과의 신뢰 관계가 훼손됐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강제징용 배상을 둘러싼 한·일 간 외교 갈등이 원인임을 인정한 것이다. 자유무역을 원칙으로 하는 국제 통상 규범은 정치가 무역에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경제 외적인 이유로 무역을 차별하거나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세계 국가별 호감도 조사에서 일본은 늘 최상위권에 속하는 나라다. 이런 호평을 받는 것은 규범을 지키는 국민, 국가라는 평가 때문일 것이다. 이번 무역 보복을 보면 일본도 알고보니 무도한 경제 보복을 일삼는 중국과 다를 것 없는 수준이다. 과거 한일청구권 협정문에 '양국 간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확인한다'고 명시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이 이 합의를 깼다고 일본이 분노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을 외교적 방법이 아니라 경제 보복이라는 폭력적이고 야비한 수단으로 표출하나. 양국 관계의 미래를 위해 실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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