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친구와의 우정 덕에 장군석도 제자리 찾았죠"

조선일보
입력 2019.07.03 03:01

100년전 日로 반출된 석조 유물, 오자와씨 부부 기증으로 돌아와 우리옛돌박물관서 환수 기념식

100여년 전 일본으로 반출된 장군석이 북악산 언덕으로 돌아왔다. 일본 가나가와현 오자와 데리유키씨 부부의 기증으로 조선시대 석조 유물 8점이 서울 성북구에 있는 우리옛돌박물관(이사장 천신일)에 설치됐다. 2일 기념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다 함께 "오자와씨,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장군석 등 석조유물 8점을 기증하기 위해 2일 우리옛돌박물관을 찾은 오자와씨 부부.
장군석 등 석조유물 8점을 기증하기 위해 2일 우리옛돌박물관을 찾은 오자와씨 부부. /김지호 기자
2m 높이의 장군석 두 점은 갑옷을 입고 칼을 쥔 모습. 조선시대에는 왕이나 왕족 무덤 앞에 장군석을 세워 무덤을 지키도록 했다. 어깨 갑옷에는 귀면문(鬼面文)이 입을 크게 벌리고 있고, 치켜뜬 눈과 눈두덩에서 힘이 느껴진다. 장명등, 비석받침, 수병(水甁) 2점도 함께 돌아왔다.

오자와씨는 일본 최초로 회계법인을 만든 오자와 슈우지의 아들이자 자산가인 요시이에 게이조의 외손자다. 1927년 요시이에는 도부철도주식회사 사장이었던 네즈 가이치로와 경합 끝에 장군석 등 8점을 낙찰받았다. 오자와씨는 "어릴 때 외할아버지 댁에 갈 때마다 보던 물건들"이라면서 "어머니께선 항상 '조선에서 온 귀중한 유물이니 타고 놀면 안 된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 때문에 한국으로 돌려보낼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랜 우정 때문이기도 했다. 아내 마치코씨는 "큰 병에 걸려 사경을 헤맬 때, 한국인 친구가 일본까지 날아와 음식을 해줬다"면서 "그가 없었다면 한국에 보내야겠단 생각을 못 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친구는 국제회의 전시를 기획하는 제이넷컴의 장선경 부사장.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동경대에서 유학하던 시절 인연을 맺었다. 장씨는 기증처를 물색하다 우리옛돌박물관을 찾게 됐다. 오자와씨는 "돌이 주인공이 되고, 돌을 보러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2m의 장군석은 운반에만 2주가 걸렸다. 작은 충격에도 깨질 수 있기 때문에 특수 포장해 배로 운반했다. 천신일 이사장은 "2001년부터 석조 유물 환수에 힘써 왔지만 일본에서 먼저 기증 의사를 밝힌 건 처음"이라며 "어려운 결단을 해준 오자와씨 부부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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