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관왕 박정환·3관왕 커제 정면 격돌

입력 2019.07.02 03:00

[화요바둑]
18일 中 샤오싱서 특별 이벤트… 한·중 간판… 매번 화제 만발

절묘한 시점에 세계 바둑 최고의 매치업이 성사됐다. 한·중 양국 간판 주자인 박정환(26)과 커제(柯潔·22)가 오는 18일 중국 저장성 샤오싱(紹興)시에서 맞붙는다. 지난해 국제 시니어 대회를 열었던 샤오싱 측이 대회를 새로 단장하면서 만든 카드다.

단판 승부임에도 승자 40만위안(약 6700만원), 패자 15만위안이란 거금이 지급된다. 단순한 친선 대국이라고 볼 수 없는 무게감이 느껴진다. 1인당 1시간에 60초 초읽기 1회의 준속기 대결이며 덤은 7집 반이다.

지난 2월 벌어진 2019 하세배 결승전서 대착각을 범한 커제(왼쪽)가 자책하며 자신의 뺨을 마구 때리고 있다.
지난 2월 벌어진 2019 하세배 결승전서 대착각을 범한 커제(왼쪽)가 자책하며 자신의 뺨을 마구 때리고 있다. 맞은편에서 의연한 자세로 수읽기에 몰두 중인 박정환과 대조적이다. /한국기원
두 기사에 의한 천하 양분(兩分) 구도가 본격 시작된 시점이어서 결과가 특히 주목된다. 박정환은 지난주 춘란배 우승으로 몽백합배 포함, 세계 메이저 2관왕으로 올라섰다. 커제는 3관왕(삼성화재배·바이링배·신아오배)으로 군림 중이다. 현재 세계 다관왕은 이들 2명뿐이다.

통산 메이저 타이틀 수에서도 커제가 박정환에게 7대4로 앞서 있다. 커제는 바이링배·삼성화재배(이상 2015년), 몽백합배·삼성화재배(이상 2016년), 신아오배(2017년), 삼성화재배(2018년), 바이링배(2019년) 등 매년 우승 역사를 써왔다. 박정환은 2011년 후지쓰배, 2015년 LG배, 2018년 몽백합배에 이어 지난주 춘란배를 추가했다.

8대 메이저 세계 기전 보유자 명단
하지만 맞대결 성적에선 박정환이 11승9패로 우세하다. 2017년까지 6승6패로 맞서다 2017년부터 박정환이 앞서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둘 모두 백번(白番) 성적이 월등했다는 점. 박정환은 백으로 9승, 흑으로 2승을 올렸고 커제는 백번 6승, 흑번으론 3승을 기록했다.

두 기사 모두 압도적인 자국 랭킹 1위 등극 횟수를 보유 중이다. 박정환이 71번, 커제는 44번 톱에 올랐다. 이렇다 보니 둘이 맞붙을 때면 뒷얘기가 쏟아지고 TV 시청률이 폭등한다. 국가 대항 극한 대결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기 때문이다.

지난주 춘란배 폐막 때 중국의 한 매체는 "세계 우승 수에서 4대7로 뒤지는 박정환이 커제를 따라잡으려고 TV아시아대회 출전을 포기했다"고 썼다. 한 중국 기자는 우승 인터뷰에서 박정환에게 "커제를 따라잡을 비책이 있느냐"고 물었다. 박정환은 "나보다 네 살 젊은 세계 1인자 커제와의 격차를 줄이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전용 답안'을 주최국에 선사했다.

지난 1월 하세배 결승 때 커제가 큰 실수를 범한 직후 보였던 행동은 양국 팬들 사이에 아직도 회자된다. 자책이 지나쳐 자신의 뺨을 몇 차례 때리고 욕설과 함께 손에 쥐었던 바둑돌을 흩뿌렸다. 박정환은 모르는 척 커제의 수를 모두 받아주다 마지막 순간 결정타를 '집행'해 더욱 화제가 됐다.

3월 도쿄서 열렸던 월드바둑챔피언십 결승 때도 커제는 박정환에게 역전당한 후 비슷한 행동으로 빈축을 샀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한국어로 욕설을 했다"는 설까지 나돌았다. 대역전승을 거둔 박정환은 훗날 "상대 행동에 신경 쓰지 않고 대국에만 집중했다"고 밝혀 대조를 보였다.

비공식 세계 랭킹 사이트 '고레이팅'은 신진서(3688점)·커제(3671점)·박정환(3665점)을 1~3위에 올려놓고 있다. 하지만 신진서는 아직 메이저 세계 무대 우승 경력이 한 번도 없다. 샤오싱 측의 '캐스팅'엔 이런 배경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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