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베이징 시내 삼성·현대차 광고판 한밤중 모두 철거

입력 2019.07.01 03:00

지난해 1차 철거 배상요구 무시… 400명 동원 軍작전하듯 뜯어내
시진핑이 G20회의서 약속한 해외기업 공평한 대우 무색

지난 29일 밤 중국 베이징 창안제에서 베이징시 산하 공기업이 동원한 철거반 사람들이 현대·기아차 광고판을 철거하고 있다. 철거반은 이날 현대·기아차와 삼성전자 광고판 120여개를 사전 통보 없이 기습 철거했다.
지난 29일 밤 중국 베이징 창안제에서 베이징시 산하 공기업이 동원한 철거반 사람들이 현대·기아차 광고판을 철거하고 있다. 철거반은 이날 현대·기아차와 삼성전자 광고판 120여개를 사전 통보 없이 기습 철거했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한국 기업이 소유·관리하던 베이징 창안제(長安街)의 삼성·현대차 광고판 전부가 지난 29일 심야에 사전 통보나 보상 약속도 없이 베이징 당국에 의해 기습 철거당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 오사카 주요 20국(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에게 '해외 기업에 대한 공평한 대우'를 약속하고 미국을 향해 '평등하고 상호존중에 기초한 무역 협상'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현실에선 외국 기업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중국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베이징시 산하 공기업이 동원한 300 ~400여 명의 철거반은 29일 오후 10시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대형 크레인과 용접기 등을 동원해 창안제 동서쪽에 남아 있던 삼성전자 및 현대·기아차 광고판 겸 버스정류장 120여 개를 모두 철거했다. 앞서 베이징시 측은 작년 7월 창안제 중심부에 있던 70여 개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광고판을 심야에 군사작전하듯 1차로 강제 철거했었다. 이 광고판들은 한국 업체 IMS가 2025년까지 운용할 수 있도록 해당 베이징시 공기업과 계약한 상태다. 작년 1차 철거 이후 IMS는 손해 배상을 요구해왔지만, 베이징시 측은 사전 통보도 없이 이번에 잔여 광고판마저 모두 뜯어내 버린 것이다. 일방적인 철거 이유는 '경관 업그레이드'로 짐작될 뿐, 당국은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해당 광고판은 버스 정류장을 겸한 시설로 한·중 수교 20주년이던 2012년부터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광고를 실어왔다. 중국의 항일 전승 70주년 퍼레이드가 열린 2015년 베이징시가 "퍼레이드에 맞춰 광고판을 업그레이드해달라"고 요구해, IMS 측이 수십억원을 들여 리모델링까지 한 시설물이다. 당시 베이징 당국은 2017년 말 종료 예정이던 광고 계약도 2025년 12월까지로 연장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절정이던 2017년에도 베이징의 중심 거리인 창안제에서 한국 대표 브랜드를 홍보하는 역할을 했다. 베이징 당국의 일방적 철거로 인해 IMS 측은 광고 중단으로 인한 광고주 배상 등을 포함해 수백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30일 "베이징시와 중국 상무부에 '해당 한국 기업은 계약에 따라 투자한 것인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철거하면 기업의 어려움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보상 문제 해결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의견을 전달하겠다' '관심을 가지겠다'는 반응일 뿐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한 교민 소식통은 "앞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전 세계를 상대로 '중국 시장에서 공평한 대우를 하겠다'고 약속하지만 뒤에서는 중국 공기업이 해외 기업과 맺은 계약서조차 종잇장처럼 무시하며 뒤통수를 치는 것이 중국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은 28일 오사카 G20 정상회의 세계 경제 정세 및 무역 문제에 관한 연설에서 "시장 추가 개방, 수입 자발적 확대, 기업 경영 환경 개선, 전면적 평등 대우, 대대적인 경제 무역 협상 추진" 등 5대 약속을 내놓았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