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 정상 '8초 악수' 뒤 '화웨이 10배' 日 보복 시작되나

조선일보
입력 2019.07.01 03:19

G20 오사카 정상회의가 끝난 바로 다음 날 일본 정부가 반도체·TV·스마트폰 등의 제조에 꼭 필요한 3개 첨단 재료의 한국 수출을 규제할 것이라고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이들 3개 품목을 수출할 때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우대 국가 27개국에 한국을 포함해왔는데 오는 4일부터 한국을 제외하는 제재 방침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 위안부 재단 해체 등이 겹치면서 감정싸움이 깊어져 온 한·일 관계가 마침내 일촉즉발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이다.

반도체 웨이퍼를 원하는 형태로 깎고 원판에 미세한 회로를 그리는 데 쓰이는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와 리지스트(감광액), 스마트폰과 TV의 디스플레이 공정에 들어가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은 일본이 세계시장에서 70~90%를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는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약 20%를 차지했고, 삼성 스마트폰은 현재 세계 점유율 1위다. 세계시장에서 팔리는 TV 2대 중 1대는 삼성·LG TV다. 만일 일본이 3개 첨단 재료 수출을 지연하거나 중단하면 한국 경제는 엄청난 손실이 불가피해진다. 미·중 사이에 낀 화웨이 문제로 우리 기업이 타격을 입게 될지 모른다고 걱정했는데 정작 사달은 일본 쪽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본의 규제가 실제 상황이 되면 한국 경제 타격이 화웨이의 10배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로 한국에 압류된 일본 기업들의 자산이 매각돼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할 경우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일본의 이번 규제 발표는 보복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한국 측 움직임을 주시하겠다는 예고다. 이번 G20 회의에서 주최국인 일본의 아베 총리가 19개 국가 및 국제기구의 대표들은 만나면서 가장 가까운 나라 한국 대통령과는 8초짜리 악수로 끝낸 것도 이런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에선 아베의 이번 조치가 오는 7월 치러질 참의원 선거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신이 주재한 국제 행사가 끝나자마자 이웃 나라 협박부터 나서는 아베 총리의 협량이 도드라진다. 일본의 이런 대응이 충분히 예상됐었는데도 한국 정부가 어떤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화웨이 문제가 불거지자 청와대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대처해야 할 사항"이라고 했었는데 그 10배 충격이 닥쳐도 같은 말만 하고 있을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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