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에 올린 글…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부른' 베스트셀러 작가

조선일보
입력 2019.06.29 03:01

[아무튼, 주말]
페이스북 강타한 '넷드링킹'의 난

페이스북 강타한 '넷드링킹'의 난 일러스트
일러스트= 안병현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 게 아니라 만들었다면 과장일까. '일취월장' '완벽한 공부법' '뼈있는 아무말 대잔치' 등 수십만 부가 팔려나간 베스트셀러 저자로 잘 알려진 신영준(38)씨 얘기다. 소셜미디어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가벼운 논쟁 정도로 시작됐던 일에 교수나 변호사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끼어들게 되면서 감정 다툼으로 번졌고 법정까지 갈지도 모를 문제로 커졌다. 논쟁에 참여한 이들의 글이 올라올 때마다 공감이나 댓글이 수백건씩 달릴 정도로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궜다. 최초에 원인 제공을 했던 신씨가 쓴 표현을 따서 '넷드링킹(Net-drinking·네트워킹과 술자리를 합친 조어로 그저 친분 목적으로 만나는 사이라는 뜻)의 난'이란 얘기도 나온다.

라운드1: 넷드링킹

발단은 지난 5월 신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베스트셀러를 기획하면서 배운 점'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이 글에서 신씨는 자신이 기획에 관여한 책을 저자와 평소 소셜미디어상에서 활발하게 교류하던 이들에게 홍보용으로 보냈지만 효과가 별반 신통치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홍보용 책을 보낸 뒤) 3일 동안 판매치 결과는 30권 미만이었다"며 "택배비도 못 건졌다"고 했다. 또 "문제는 (책을 받은 이들의) 정성이었다"며 "(책을 보내 준) 40분 중에 10~20% 정도만 정성스럽게 서평을 써줬다"고 했다. 신씨는 책을 보낸 이들과의 관계를 '넷드링킹'이라고 규정하며 "세상 무쓸모다"고 비난했다.

이 글 내용이 알려지면서 책을 받았던 이들은 물론 여러 사람이 "무례하다"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프닝 정도로 넘어갈 것 같았던 일은 한 달쯤 뒤 아주대 전자공학과 감동근 교수가 '등판'하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감 교수는 최근 중앙일보 특파원이 외신을 베껴 칼럼을 썼다고 지적하는 등 평소 사회 각계의 표절 문제를 매섭게 비판해 널리 알려진 인물. 감 교수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 "(신씨의 글이) 평소 무척 점잖던 분들까지도 분노를 감추지 못하게 할 정도로 역대급 '광역 어그로(여러 사람을 두루 화나게 하는 행동을 뜻하는 은어)'였다"고 비판했다. 또 감 교수는 그간 신씨가 냈던 책의 내용도 문제 삼았다. 그는 "방대한 레퍼런스를 요약 정리했다는 (신씨가 공저자로 참여한) 책 '완벽한 공부법'을 읽었는데 맥락 없이 나열되는 바람에 공허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거나 "신 작가의 대표작 '빅보카'는 특히 심했다. 영어 교사이고 대학원에서 응용 언어학을 전공한 아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고 비판했다. 참고로 감 교수는 신씨가 기획한 책을 받은 지인은 아니었다.

라운드2: 경력 부풀리기

신씨는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감 교수는 얼마나 책을 잘 쓰는지 확인해보니 그의 책에도 문제가 많았다'는 취지의 영상을 올렸다. 그러면서 감 교수가 2016년에 낸 책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에 자신에 대해 소개하면서 IBM에서 일하면서 "인공지능 '왓슨'을 개발했다"고 적은 부분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신씨는 당시 왓슨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도한 데이비드 펠루치 박사에게 이메일을 보내 감 교수가 개발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답장을 받았다는 사실을 증거로 내놓았다.

감 교수는 신씨의 지적을 인정했다. 감 교수는 왓슨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이 아닌 하드웨어 개발에 참여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언론을 통해 "'왓슨을 개발했다'고 한 것은 올바르지 못했다"며 "제가 인공지능 전문가가 아니라는 사실은 책을 비롯해 여러 자리에서 밝혔지만 인공지능 전문가로 오해받을 수 있는 발언을 했고, 그렇게 인식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바로잡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이 책은 물론 인공지능 관련 강연, 방송 출연 등으로 벌어들인 수익 내역을 소셜미디어에 상세히 공개한 뒤 그에 상응하는 금액인 1억3000만원가량을 기부하겠다고 했다. 감 교수는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이 돈을 마련한 뒤 국제구호단체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운드3: 저작권법 침해 의혹

감 교수는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하며 신씨와의 논쟁 무대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일이 더 커지기 시작했다. 감 교수의 지인과 신씨에게 책을 받았다가 '넷드링킹' 소릴 들었던 사람들을 비롯, 여러 사람들이 신씨의 비판 대열에 동참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한국교통연구원 소속 장한별 변호사 등을 비롯해 여러 사람이 신씨가 펴낸 책들을 분석해 저작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하기 시작했다. 신씨의 출세작 중 하나인 '일취월장'이 도마에 올랐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일취월장'은 559쪽의 전체 분량 중 273쪽가량이 다른 책의 내용을 그대로 전재하거나 표현을 살짝 바꾸는 식으로 인용하고 있다. 저작권법은 원출처를 정확히 표시한 경우라도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한 경우에는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이 공정함의 기준으로 인용의 목적이나 인용된 내용과 분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장 변호사는 "273쪽이란 분량도 신씨의 책에 명시된 참고문헌 중 절반 정도만 비교 대조한 수준"이라며 "(신씨가) 자신의 책을 많이 팔기 위한 영리 목적으로 원저작물을 과다하게 인용했기 때문에 저작권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취월장'에서 많이 인용된 책 중 하나인 '컨테이저스'를 낸 출판사 문학동네 관계자도 "신씨 측으로부터 인용 여부에 관한 문의를 받은 적이 없다"며 "컨테이저스 외에도 본사에서 펴낸 책 3권이 '일취월장'에 과다하게 인용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신씨를 비판하는 이들은 아예 페이스북에 커뮤니티까지 만들어 이와 비슷한 신씨의 표절 사례나 각종 문제 행위 등에 대한 제보를 받고 이에 대한 비판글을 올리고 있다. 27일 현재 이 커뮤니티의 가입자수는 1600명을 돌파했다. 이들은 '일취월장'뿐 아니라 신씨가 낸 다른 책들의 표절 의혹 등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 신씨가 다단계 수법과 유사한 방식으로 자신의 책을 홍보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씨는 표절 의혹이 제기된 이후 유튜브 등을 통해 "인용 정도나 목적 등을 고려해볼때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며 "허위사실을 유포해 저희 조직(신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를 하신 분들이 몇 분 계시는데 이분들은 확실하게 법의 심판을 받게 할 예정"이라고 했다. 본지는 신씨에게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저작권법 문제에 대해 직접 입장을 물었으나 신씨는 그에대한 대답은 하지않고 감 교수의 이력 부풀리기에 대한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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