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핵전문가 "文, 과장된 발언...영변 核폐기, 비핵화 첫 조치일 뿐"

입력 2019.06.27 10:34 | 수정 2019.06.27 10:53

"영변 이외 시설에 대한 신고와 폐쇄 조치 포함돼야"
"문 대통령, 과장된 발언 했다…북핵 개발 상황 기만하는 발언" 지적 나와

북한의 주요 핵시설./조선일보DB
북한의 주요 핵시설./조선일보DB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공개된 연합뉴스 등 7국 통신사들과의 인터뷰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로 접어드는 단계로 본다"고 한 것에 대해서 국제 핵전문가들이 이견을 제기했다. 이들은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론 북한의 핵무기 생산 동결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할 것이라 지적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6일(현지시각)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핵 목록이나 신고가 없는 상황에서 영변 핵 폐기를 핵 프로그램 폐기라고 부를 순 없다"면서 "영변 외 추가 (핵) 시설이 있다는 데 워싱턴의 의견은 일치한다"고 말했다.

힐 전 차관보는 문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진전이 있으면 남북 경협과 유엔 제제 완화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트럼프 행정부와 공유하고 있는 입장인지 모르겠다.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미국이 이래라저래라 할 일은 아니지만 북핵 문제에 대해선 미국과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으로서 의견을 표출할 권리는 당연히 있지만 그런 발언을 하기 전에 미국과 협의가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조정관도 "영변 비핵화로는 북한의 핵무기 생산 중단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할 것"이라면서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는 말 그대로 핵무기 생산 시설들의 전면 폐쇄이며, 따라서 영변 이외 시설들의 추가 신고와 폐쇄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VOA는 전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부차관보는 "문 대통령이 미·북 합의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 과장된 발언을 했다"면서 "영변 비핵화는 중요한 단계이긴 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위해선 북한의 전체 핵 시설 신고가 필수"고 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는 "영변 핵 시설의 비핵화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단계의 첫 조치가 될 수 있다"면서도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위해서는 핵무기, 단거리와 장거리 미사일을 포함한 운반시스템의 해체, 그리고 모든 핵 분열 물질 생산 시설을 해체해야 한다"고 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문제안보연구소 소장은 "문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의 핵개발 상황을 기만하는 것"이라면서 "영변 핵 시설 폐기를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단계로 규정하는 것은 오히려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가로 인정하는 셈"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의 전체 핵무기와 시설들을 알아야만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논의할 수 있다"면서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의 첫 단계는 핵 물질 생산 중단과 핵무기 해체"라고 했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되돌릴 수 없는’ 북한 비핵화 단계를 말하기 위해서는 "영변 핵시설 이외의 핵무기 생산과 실험 시설 그리고 무기의 폐기까지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는 전했다.

하이노넨 사무차장은 이어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는 중요한 첫 번째 조치이지만,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고 하기에는 충분치 못하다"면서 "나머지 관련 시설에 대한 폐기 약속과 로드맵이 '진정한 비핵화'에 있어 중요하다"고 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토비 달튼 핵정책프로그램 국장도 "영변 핵 단지의 완전한 폐기 만으로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에 돌입한다는 시각은 문제가 있다"면서 "영변 이외에 있는 여러 개의 우라늄 농축 시설과 미사일 생산 시설 등 장소를 불문하고 광범위한 주요 핵 프로그램 시설들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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