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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에 개발시대 정책… 전문성·갈등조정 능력 없어"

조선일보
  • 진중언 기자
    입력 2019.06.27 03:50

    [조선일보 100년 포럼] [4] 4차 산업혁명과 한국경제 미래

    "4차 산업혁명에 한국의 50년 미래가 달렸는데, 정부는 여전히 과거 개발 시대식 단기 성과에 매달린다." "정부는 특정 산업을 골라 육성할 전문성도 역량도 없다. 갈등 조정을 잘해나가야 한다."

    지난 20일 열린 조선일보 100년 포럼은 '4차 산업혁명과 한국 경제의 미래'가 주제였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은 세계경제 판도를 바꿔가고 있다. 맥킨지는 AI 기술로 2030년 전 세계 GDP가 2018년 대비 1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일보 100년 포럼 위원들이 지난 20일 4차 산업혁명과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조신 교수의 주제 발표를 듣고 있다.
    조선일보 100년 포럼 위원들이 지난 20일 4차 산업혁명과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조신 교수의 주제 발표를 듣고 있다. 이날 포럼엔 조 교수와 염재호 대표를 비롯해 박소령, 양정웅, 양진석, 유현준, 윤희숙, 전재성, 정과리, 제현주, 최종일 위원 등이 참석했다. /남강호 기자
    그러나 이날 포럼에선 "한국은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올 장기적 변화를 내다보는 비전과 전략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가 기술 혁신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조정할 능력과 의지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추격형 정책으론 4차 산업혁명 불가능

    주제 발표를 맡은 조신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정부 연구개발(R&D) 정책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 R&D 예산만 20조원(2019년 기준)으로 세계 5위권인데도 기초 연구가 취약하고, 과거식 '추격형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한국은 추격자(fast follower)가 아닌 선도자(first mover)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 한다"며 "정부는 개별 산업에 관여하지 말고, 국방·에너지 등 민간이 할 수 없는 장기·기초 연구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의 경제 효과 외
    염재호 조선일보 100년 포럼 대표는 "한국이 과거 선진국을 쫓아갈 때는 정부 주도의 '톱다운' 방식이 유효했지만, 이제 민간의 역량이 커진 만큼 정부가 산업정책에 일일이 관여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했다. 염 대표는 "바둑과 K팝, 골프 등 교육부가 관여를 안 하는 분야는 다 성공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며 "정부는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면서 미래 국가 방향성을 제시하는 등대 역할만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박소령 퍼블리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지원이라는 명목 아래 벌어지는 공공기관의 비효율을 지적했다. 박 대표는 "정부 관련 펀드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으면 분기마다 문서를 팩스로 보내는 등 형식 절차가 복잡하다"며 "이런 것이 4차 산업혁명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이테크 제조업 육성이 최우선 과제

    4차 산업혁명 속 한국 경제의 진로에 대해 조신 교수는 "한국이 믿을 구석은 역시 기술 기반의 고부가가치 제조업"이라며 "반도체·모바일 같은 IT 제조업의 기술 개발, 비(非)IT 제조업 분야에선 디지털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는 "4차 산업혁명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하려면 플랫폼과 콘텐츠 산업이 함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기술 발전으로 엄청난 잠재력이 확인된 플랫폼 경제에 우선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과리 연세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문화·예술의 접점이 많은데, 공학도와 인문학도가 서로 소통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연 연출가인 양정웅 서울예대 교수도 "예술가들이 디지털과 과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재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혁신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 만들어야

    포럼 참석자들은 우리 사회가 혁신에 대한 수용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택시업계와 '타다' 사이의 논란처럼 이해 관계자 간 갈등이 늘어나는 만큼, 정부가 조정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윤희숙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 성공하려면 국민이 변화를 얼마나 잘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라며 "정부가 미래 방향을 제대로 알리고, 제도 교육을 개선해 사회적 혁신 수용도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는 "혁신 수용성이 낮은 것은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라며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소외 계층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양진석 와이그룹 대표 건축가는 "4차 산업혁명이 어떤 지향점을 갖든지 기술의 축적 같은 오프라인 영역을 존중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 군사력 등 국제 역학 관계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면서 "이런 분야는 정부가 나서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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