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국회 정상화 합의, ‘나경원 일병’을 구할 수가 없다

입력 2019.06.25 18:21 | 수정 2019.06.25 18:48


원내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모였다. 국회 정상화 합의를 했다. 그동안 문 닫고 있었던 국회 본회의를 80일 만에 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원내대표 합의 두 시간 만에 자유한국당 의총이 표결로 이를 거부했다. 아침 신문을 보니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한겨레 사설은 ‘국회 정상화 걷어찬 한국당, 국민이 두렵지 않은가’ 라고 했다. 경향신문 사설은 ‘국회 정상화 합의 뒤집은 한국당의 무책임과 몽니’라고 했다. 지상파 방송들도 비슷한 논조로 한국당을 비난하는 내용이 많았다.

자, 그렇다면 ‘나의 시각’과 ‘나의 목소리’를 갖기 위해 하나씩 따져보기로 한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세 원내대표가 합의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패스트 트랙 법안은 각 당의 안을 존중해 합의정신에 따라 처리한다. 2) 추경은 임시회에서 처리하되 재해추경을 우선 심사한다. 3)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 특별법(5·18특별법)과 원안위법을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 4) 경제원탁토론회를 열돼 방식과 내용은 추후 협의한다.

이중 패스트 트랙 법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거법이다. 그런데 합의문 내용을 보면, ‘각 당의 안을 존중해’ 라고 돼 있다. 참 애매하기 짝이 없다. ‘존중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 귀에는 달갑게 들리지만, 막상 일이 틀어졌을 때 ‘왜 존중하지 않느냐’ 하고 따질 근거가 없다. 그 다음 문장은 더 얄궂다. ‘합의정신에 따라 처리한다.’ 이 말은, 토론은 하되 다수 의견에 따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선거법 개정안의 골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합의문대로 한다면 5당이 협의할 수밖에 없는데,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자신들의 의석을 불리려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원하고 있다. ‘존중’이고 ‘합의정신’이고 다 헛소리고, 결국 패스트 트랙으로 갈 확률이 높다. 그동안 한국당은 패스트 트랙 지정을 ‘좌파 독재’라고 비난하며 이를 저지하려고 총력 투쟁을 벌여왔다. 그런데 아무런 명분 없이 그것을 정당화시켜주는 합의를 한다면 의총 반발은 당연한 것이다.

5·18 특별법이 이번 3당 합의문에 들어간 것도 한국당 의총에서 질타가 잇따랐다. "(패스트 트랙에 집중해야지) 뜬금없이 왜 5·18 특별법이 들어갔느냐."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자고 하면 징역 5년에 처하는 법안을 어떻게 수용하느냐." 5·18 유공자 명단 공개 문제는 커다란 파문과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중요 사안이다. 집권 여당 측 인사 중 무자격자가 유공자로 들어가 있다면 가려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명단을 공개하자는 주장 자체를 틀어막는 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한다고 했으니 한국당 의총이 가만있을 리 없다.

국회 정상화 네 번째 합의사항인 ‘경제원탁토론회’도 참 찌질하고 난감하다. 지금 온 국민의 최대 걱정과 고통은 우리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의 경제 실정 2년’, 이것에 대해 국정조사, 국회 청문회를 갖자는 게 원래 한국당 주장이었다. 너무도 당연하고 시급한 주장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온 데 간 데 없어지고 ‘원탁토론회’라니, 지금 얘들 장난하는가. 그 원탁토론회 마저도 ‘방식과 내용은 추후 협의한다.’고 돼 있다. 조금 어이가 없다.

지금 나경원 원내대표가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느니 안 입었느니, 불신임 논란이 번질 수도 있느니 없느니, 이런 한가한 문제를 따질 계제가 아니다. 내년 4월 총선 결과가 나라의 운명을 가른다. 이번 선거법이 그 틀을 바꾸게 된다. 또한 ‘원탁토론’이 아니라 ‘경제 청문회’, ‘경제 국정조사’가 절실한 시점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눈에서 피눈물을 흘려도 모자랄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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