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향적이고 호기심 많나요?"…‘젊은 인재’ 앞세워 대박난 日호텔-中유전자은행 가보니

입력 2019.06.25 11:01 | 수정 2019.06.25 11:06

日호텔, 외향적인 20대 대거 채용해 독특한 관광 콘텐츠 만들어
中유전자은행, 트렌드 민감한 이공계 대학생 뽑아…연구 속도 올려

사례1. 지난 17일 오후 5시쯤 일본 도쿄 북부의 오쓰카(大塚)역 주변 한 비즈니스 호텔. 체크인 카운터에서 손님을 맞이하던 20대 젊은이가 돌연 어린이 애니메이션 ‘파워레인저’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초록색 티셔츠로 갈아입고 건물 밖을 나섰다. 그는 스스로를 호텔 직원이자 지역 투어를 돕는 ‘오모(OMO)레인저’라고 소개하고, 투숙객들과 30분 동안 동네를 누볐다. 이 지역을 지나는 오래된 ‘도덴 아라카와선(都電荒川線)’ 트램이 유일한 볼거리였던 이곳은 불과 1년여 만에 레트로(복고풍) 관광·문화 중심지로 변모했다.

사례2.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深圳)에 위치한 유전체 기업 BGI그룹 연구소 앞마당에 들어서자 성인 남성 키의 10배나 되는 매머드 모형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 ‘쥬라기공원’의 실험실 같았던 이곳은 설립 3년만에 1000만개 동식물 유전자 정보를 수집한 세계 최대 유전자 은행으로 성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엄마 피 한 방울로 매년 중국 아기 100만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확보했다"며 "600여명의 20대 연구원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언젠가는 4000년 전 멸종한 매머드도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일본 도쿄 북부 오쓰카역 주변 골목길에서 호시노 리조트의 ‘오모(OMO)5 도쿄 오쓰카’ 직원이 출장객을 이끌고 동네 맛집을 소개하고 있다(왼쪽). 중국 선전시에 위치한 세계 최대 게놈 분석 업체인 BGI 산하 중국유전자은행(CNGB) 야외 정원에 4000년 전 멸종한 매머드 모형이 서있다.(오른쪽) /도쿄·선전=전효진 기자
일본 도쿄 북부 오쓰카역 주변 골목길에서 호시노 리조트의 ‘오모(OMO)5 도쿄 오쓰카’ 직원이 출장객을 이끌고 동네 맛집을 소개하고 있다(왼쪽). 중국 선전시에 위치한 세계 최대 게놈 분석 업체인 BGI 산하 중국유전자은행(CNGB) 야외 정원에 4000년 전 멸종한 매머드 모형이 서있다.(오른쪽) /도쿄·선전=전효진 기자
지난 12~19일까지 한중일3국 협력사무국(TCS) 초청으로 중국 선전과 일본 도쿄를 방문했다. 대학교를 막 졸업한 20대 젊은 인재들을 활용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성공한 기업들을 소개한다.

◇낙후된 지역에 ‘활발한 청년’ 수혈한 日 비즈니스 호텔
1914년 최초로 온천 리조트를 개장하는 등 최고급 료칸(일본식 여관) 전문 기업으로 잘나가던 호시노 리조트 그룹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료칸 산업이 정체기에 접어들어 수익성이 떨어졌고, 가성비를 따지는 외국인 관광객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호시노 그룹은 고민 끝에 ‘파격 실험’을 강행했다. 낙후된 지역에 비즈니스 호텔을 세우고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 이전까지 쌓아올린 ‘고급’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지역 전체를 하나의 리조트 공간으로 활용해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바꿔야겠다고 판단해 계획을 밀어붙였다.

호시노 그룹이 가장 먼저 한 것은 호텔 직원 전원을 20대 초중반의 외향적인 젊은이들로 채운 것이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6개월 간 인근 지역 곳곳을 꼼꼼히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을 줬다. 그러자 직원들은 빠르게 동네 주민들과 친해졌고, 축적된 정보와 인맥을 바탕으로 오쓰카 지역 100곳 이상의 술집과 식당, 볼거리, 역사를 찾아내 숙박객에게 소개할 곳을 담은 ‘고-킨죠’(Go-KINJO·이웃집에 가자) 지도를 만들 수 있었다. 구글 지도에도 검색되지 않는 독자적인 콘텐츠였다.

 2019년 6월 17일 일본 도쿄 북부의 오쓰카역 주변에서 숙박업에 관광 산업을 접목시킨 호시노 리조트의 ‘오모(OMO)5 도쿄 오쓰카’ 직원이 투숙객들을 이끌고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도쿄=전효진 기자
2019년 6월 17일 일본 도쿄 북부의 오쓰카역 주변에서 숙박업에 관광 산업을 접목시킨 호시노 리조트의 ‘오모(OMO)5 도쿄 오쓰카’ 직원이 투숙객들을 이끌고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도쿄=전효진 기자
호시노 그룹은 직원들이 24시간 호텔 안에 머물 필요가 없도록 시스템도 바꿨다. 체크인을 자동화 방식으로 전환하는 대신 직원들에게는 ‘인간적인 업무’에 집중하도록 했다. 투숙객과 지역을 돌아다니도록 자유 시간을 준 것이다. 직원들은 현재 투숙객에게 그린(산책)·레드(술집)·블루(맛집)·퍼플(핫 플레이스)·옐로우(뒷골목) 등으로 세분화한 ‘오모(OMO)레인저’ 투어 가이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 만족도는 80% 이상으로 매우 높다.

‘오모(OMO)’의 뜻을 묻자 "아무 뜻 없는 귀여운 단어지만, 앞으로 우리의 색을 입힌 ‘오모’ 문화를 만드는게 목표"라는 답이 돌아왔다. 회사 관계자는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접목시킨 덕분에 외진 곳이지만 전체 125개 객실의 예약률이 평소에도 95%에 이른다"며 "아직 일본 관광객이 많은 편이지만, 외국 관광객을 위한 통역 서비스도 늘릴 것"이라고 했다.

◇ 20대 수재 연구원 600명 투입한 中 유전자은행… "피 한 방울로 아기 미래 본다"
선전에 위치한 세계 최대 게놈(DNA 유전 정보) 분석 업체 BGI(베이징 게놈연구소) 산하 중국유전자은행(CNGB) 내부에 들어서자 ‘내 인생의 주인은 나(My life in my hand)’라고 큼직하게 적힌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1층 LED 전광판에는 중국 전역 지도가 펼쳐졌고, 그 위로 각 지역마다 자주 발생하는 질병과 유전자 질환 수치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됐다.

CNGB를 총괄하는 런 왕 박사는 "중국에서 매년 1500만명의 신생아가 태어나는데, 이 중 100만명이 선천적인 유전자 결함을 가지고 태어난다"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원인 모를 질병으로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궁금증을 풀기 위해 빅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2019년 6월 13일 중국 선전시에 위치한 세계 최대 게놈 분석 업체인 BGI 산하 중국유전자은행(CNGB) 내부에서 회사 관계자가 유전자 미래 산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선전 =전효진 기자
2019년 6월 13일 중국 선전시에 위치한 세계 최대 게놈 분석 업체인 BGI 산하 중국유전자은행(CNGB) 내부에서 회사 관계자가 유전자 미래 산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선전 =전효진 기자
BGI는 1999년 비영리 연구조직으로 탄생했다. 이후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병했을 때 병의 원인을 일주일 만에 밝혀내면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본격적으로 유전체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07년 베이징에서 선전으로 기반을 옮기면서 부터다.

왕젠(汪建) 회장은 당시 "젊은 연구원들을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시키겠다"며 우수한 인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대학과 연계해 우수한 이공계 인력을 공백기 없이 즉시 채용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선전을 포함한 중국 본토 전역과 홍콩의 젊은 인재들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이 곳에 취직했고, 현재까지 2500개가 넘는 전문 학술지에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성과를 냈다. 런 왕 박사는 "트렌드를 연구하는 것이 과학자들의 기본 임무인 만큼 호기심 충만하고 세상의 변화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인재를 대거 채용했다"며 "전문성은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CNGB는 유전자은행으로는 미국과 유럽,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설립됐다. 하지만 호기심과 열정 가득한 젊은 과학자들이 연구에 속도를 낸 덕분에 설립 3년 만에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3만5000평 규모의 이 유전자은행은 1000만개의 생물 샘플, 약 1024TB(테라바이트)의 유전자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이미 올 상반기 중국 신생아 유전 정보 400만개 분석을 마쳤다.

 2019년 6월 13일 중국 선전시에 위치한 세계 최대 게놈 분석 업체인 BGI 산하 중국유전자은행(CNGB) 1층 내부 모습. /선전=전효진 기자
2019년 6월 13일 중국 선전시에 위치한 세계 최대 게놈 분석 업체인 BGI 산하 중국유전자은행(CNGB) 1층 내부 모습. /선전=전효진 기자
선전 지역 임산부들은 BGI가 만든 키트 검사를 통해 태아가 미래에 어떤 질병에 취약하게 될지 미리 알아보고 있다. BGI 관계자는 "앞으로 연구 속도를 높여 유전자 정보량을 51만2000TB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빅데이터가 쌓일수록 검사 비용(현재 약 600달러)이 줄어들고 빈부 격차에 상관없이 모든 인류가 질병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