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제의 받고 외쳤죠 "와우, 렛츠 고!"

조선일보
입력 2019.06.25 04:10

핀란드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 서울시향 2대 음악감독 맡아
"모험 꺼리는 유럽·美악단과 달리 시향, 앞으로 튀어나갈 자세 갖춰"

24일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만난 서울시향 새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 클라리넷을 잘 불고 작곡도 종종 하는 그의 어린 시절 꿈은 트럭 운전사였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벤스케의 지휘 모습.
24일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만난 서울시향 새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 클라리넷을 잘 불고 작곡도 종종 하는 그의 어린 시절 꿈은 트럭 운전사였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벤스케의 지휘 모습. /이태경 기자
"유럽과 미국의 오래된 오케스트라들은 많은 작품을 연주해 봤고, 명성도 있기 때문에 모험을 좋아하지 않아요. 지휘자로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 해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죠. 반면 아시아 악단들, 특히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언제든 앞으로 튀어나갈 자세가 돼 있어요. 한계를 모르는 오케스트라! 그래서 제안이 왔을 때 '와우, 렛츠 고!'라고 흔쾌히 답했죠."

내년 1월부터 3년간 서울시향을 이끌 핀란드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66). 미국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2003~ 2022)으로, 동시에 핀란드 라티 심포니의 명예지휘자(상임지휘자 1988~2008)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그가 한국을 대표하는, 그러나 아직은 '아시아의 젊은 악단'일 수밖에 없는 서울시향을 맡은 데 대해 이렇게 답했다. 서울시향과는 2015년 11월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함께하면서 지난 2월까지 네 번 호흡을 맞췄다. 전임 정명훈에 이어 새 음악감독을 찾느라 고심했던 시향 음악감독추천위원회는 '서울시향의 도약과 재구축에 적극적 의지를 가진 지휘자'라며 그를 택했다. 24일 임명장을 받은 벤스케는 "음악감독으로서 내 목표는 거창하지 않다. 다음번 공연을 지난 공연보다 더 좋게 만드는 것"이라며 싱긋 웃었다.

지휘자가 되기 전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11년 동안 클라리넷 수석으로 뛰었다. 어린 시절 집에서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뉴욕 필의 브람스 교향곡 2번 음반을 들으며 처음으로 지휘자가 되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후 헬싱키 필에서 브람스 교향곡 2번을 지휘하며 데뷔했다.

핀란드 최고 음악대학인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서 핀란드 지휘계의 대부인 요르마 파눌라에게 배웠다. 파눌라는 '마이 웨이(my way)'를 강조한 스승이었다. "음악의 너른 바다에 저희를 던져놓곤 스스로 길을 찾게 지켜만 보셨죠."

오스모 벤스케
/서울시향

'시벨리우스 전문가'로 손꼽히지만 베토벤, 브루크너, 말러 등도 탁월하다. 현재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미국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에서 BIS 레이블과 녹음한 시벨리우스 교향곡 1번·4번 음반은 2013년 독일 음반 평론가 협회상과 2014년 그래미상(교향악 부문 최고상)을 받았다. 말러 교향곡 5번은 지난해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100명의 단원이 한꺼번에 무대에 올라 연주하지만 마치 서너 명만 나와 연주하는 것처럼 긴밀하고 유연한 연주, 지휘자의 지시만 기계적으로 따르는 게 아니라 단원들끼리 서로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재빨리 반응하는 연주, 그래서 한 몸 같은 연주를 꿈꾼다"고 했다.

서울행을 확정 짓고 맨 먼저 한 일은 한국에 대한 책을 읽는 거였다. 한국계 미국 작가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였다. "그 책에서 한국인과 일본인, 중국인에 대한 많은 것을 배웠어요. 한국인의 '한'과 핀란드인의 '시수(Sisu·역경을 마주하는 강한 의지)'가 참 닮았구나 느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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