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도 '北목선 입항' 직후 靑에 보고

조선일보
입력 2019.06.25 03:01

해경·경찰·국정원 동시 다발 보고… 靑·軍만 말 맞춘듯 "조사중" 답변

해경과 경찰에 이어 국정원 역시 북한 목선(木船) 귀순 당시 청와대에 '삼척항 입항 귀순' 사실을 구체적으로 보고한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목선이 귀순했던 15일 국정원도 북 어민이 배를 몰아 삼척항에 입항해 정박했다는 구체적 보고를 청와대에 한 것으로 안다"며 "이는 해경과 경찰 보고와도 일치한다"고 했다. 북한 관련 귀순 사건의 초동 대응 부처들이 모두 청와대에 '삼척항에 북한 어선이 들어왔다'고 동시다발적으로 보고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 보고를 받고도 군 당국의 17일 왜곡·축소 발표를 사실상 방조했다.

복수의 여권·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 15일 경찰·해경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동시에 청와대 등 주요 상급 기관에 상황 보고를 전파했다. 앞서 해경은 15일 오전 7시 9분, 경찰은 2분 뒤인 7시 11분 청와대에 '오전 6시 50분쯤 삼척항 방파제에 미상의 어선이(4명 승선) 들어와 있는데, 신고자가 선원에게 물어보니 북한에서 왔다고 말했다고 신고 접수' 등의 구체적 보고를 했다. 국정원 역시 같은 날 청와대에 비슷한 내용의 상황 보고를 했다.

한국당 ‘진상조사단’ 막아선 해군 - 자유한국당의 나경원(왼쪽에서 셋째) 원내대표와 김영우(첫째) 의원 등 ‘북한 선박 삼척항 입항 은폐 조작 진상조사단’이 24일 오전 강원 동해시에 있는 해군 1함대 사령부를 방문하려다 해군 관계자로부터 출입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있다.
한국당 ‘진상조사단’ 막아선 해군 - 자유한국당의 나경원(왼쪽에서 셋째) 원내대표와 김영우(첫째) 의원 등 ‘북한 선박 삼척항 입항 은폐 조작 진상조사단’이 24일 오전 강원 동해시에 있는 해군 1함대 사령부를 방문하려다 해군 관계자로부터 출입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있다. /뉴시스

그런데 이런 보고를 모두 받았던 청와대 국정상황실이 문재인 대통령이나 국가안보실에 어떻게 보고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청와대가 소속 행정관까지 군 발표 현장에 보내고도 왜곡된 발표를 방조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군 관련 여러 사안을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이 다룬 것으로 안다"며 "모든 보고를 받은 청와대 국정상황실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문제를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가 처음부터 왜곡 발표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관련 질문에 "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이라며 "총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였고 어떤 부분을 보강해야 하는지 종합 판단 후 말씀드리겠다"고만 했다.

사건 초기 왜곡 논란을 자초했던 군 역시 이날 '경계 근무의 문제가 커 보인다' '경계 근무와 관련해 회의에서 논의가 있었느냐'는 등의 질문에 수차례 "합동조사단 조사가 끝나면 말씀드리겠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군 내부에선 "이번에는 '조사 중'이라는 청와대의 PG(언론 대응) 방침이 떨어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국방부 출입기자단 소속 39개사는 이날 청와대 국가안보실 소속 행정관의 '몰래 브리핑 참석'에 대해 유감 성명을 냈다. 기자단은 "기자단과 당국 간 백브리핑 내용을 청와대 관계자가 기자단과 아무런 협의 없이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에 기자단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 같은 행위는 부처의 브리핑 독립성을 침해하고 기자들의 자유로운 취재 활동에 제약이 될 수 있다. 지시에 따라 백브리핑 내용을 윗선에 보고하려 한 것인지 청와대는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이날 입항 귀순 사건 현장인 삼척항을 찾았다. 나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경계가 뚫린 부분, 은폐가 의심되는 부분, 선원 2명을 북으로 수상하게 북송한 부분 등 의문점이 세 가지"라고 했다. 사건 당시 초동 대응에 나섰던 경찰은 이번 방문 자리에 참석해 "이상한 것은 모르겠지만, 선내 주변이 좀 깨끗했다"며 "조업을 하다 옷을 갈아입은 것인지 어땠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국당은 이날 동해 1함대 방문을 계획했다. 하지만 군 당국이 "장병 사기에 영향을 미친다"며 거절하자 1함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영우 의원은 "군은 청와대 눈치를 보고 청와대는 북한 눈치를 보면 대한민국 국토를 지킬 수 있겠느냐"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규정상 (부대에 출입하려면) 4일 전에는 신청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정경두 국방장관에 대한 해임결의안 의결을 추진 중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우리 당에서는 국방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낼 것"이라며 "정부·청와대가 나서서 이 일을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강한 인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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