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사받아야 할 교육부가 '시민감사관' 내세워 대학 감사

조선일보
입력 2019.06.25 03:18

교육부가 고려대·연세대·서강대 등 정원 6000명 이상 전국 16개 사립대에 대해 다음 달부터 종합 감사를 벌인다. 일정대로면 현 정권 남은 임기 내내 사학(私學)을 감사하게 된다. 종합 감사는 예산, 인사, 입시, 학사, 회계, 이사회 운영 등 대학 전반을 샅샅이 훑는 고강도 감사다. 비리 신고가 들어오거나 무작위 추첨으로 소수 대학을 뽑아 종합 감사를 벌이는 게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는데 이번에는 '종합 감사를 받은 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더기 감사를 한다. 자사고 죽이기에 이은 '사학 때리기'일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 장관은 "(15~20명 규모의) 시민감사관을 이번 감사에 투입하겠다"고 했다. 교육부가 공모·추천 절차를 진행 중인 시민감사관에는 민변이나 시민단체 등 친정부 인사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대학이 왜 시민단체에 감사를 받고 내부 자료를 제출해야 하나.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없던 일이다.

대학에 비리가 있으면 고쳐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전국 대학은 신입생 급감과 10년 넘게 이어진 등록금 동결, 올 하반기 강사법 시행 등으로 '붕괴'의 위기감에 몰려 있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것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대학 총장 모임과 교수협의회에선 '교육부 해체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학교 수업도 못 따라가는 기초 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더 높아지고, 전국 17개 교육청 모두에서 직업계고 학생 취업률이 2년 연속 급락하는데도 별다른 대책을 못 내놓고 있다. 대입 개편안조차 결정 못 하고 국가교육회의 등에 하도급에 재하도급을 줘 결국엔 맹탕 개편안을 내놓았다. 초등 1~2학년 방과 후 영어도 허용-금지-허용을 오락가락하며 학부모 혼란을 키웠다. 교육청들이 전교조 전임 휴직이라는 불법을 저지르는데도 눈을 감고 있다. 이런 교육부는 대학을 퇴직 관료 자리 만들어주는 기관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교육부는 감사 주체가 아니라 감사 대상이 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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