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스마트폰으로 개도국형 실명 막아요

입력 2019.06.25 03:01

프로젝트봄·삼성전자, 간이 안검사기 개발
베트남에 보급돼 1만4000여 명 검사받아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 세계 실명 인구는 3600만명으로 이 중 90%가 개발도상국 출신이었다. 전문가들은 "2년에 한 번만 검사해도 치명적인 시력 손상은 막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의료 환경이 열악한 개도국에선 꿈 같은 얘기다.

대표적인 나라가 베트남이다. 인구당 안과 전문의 수가 한국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안질환은 나이가 많을수록 자주 나타나기 때문에,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베트남에서 실명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거란 우려도 나온다.

베트남 광찌성의 보건소에서 지역 주민이 ‘아이라이크’로 눈 검사를 받는 모습.
베트남 광찌성의 보건소에서 지역 주민이 ‘아이라이크’로 눈 검사를 받는 모습. / 프로젝트봄 제공
최근 국내 한 단체가 베트남의 실명 위기 환자를 구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낡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간이 안질환 검출기를 개발한 '프로젝트봄'이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등 의료인들이 만든 프로젝트봄은 삼성전자가 주관하는 사회 공헌 공모전 '투모로우 솔루션'을 통해 아이디어를 현실화했다. 투모로우 솔루션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출하면 삼성전자가 임직원 멘토링을 통해 기술을 지원하고 이를 사회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프로젝트봄이 개발한 안질환 검출기 'EYE LIKE (아이라이크)'는 병원에서 쓰는 3000만~5000만원 상당의 검사 기기와 비슷한 성능을 갖고 있다. 제작비는 1% 수준인 30만~50만원에 불과하다. 이를 통해 녹내장, 백내장, 당뇨망막병증 등 대부분 안질환 검진이 가능하다. 원리는 단순하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안구 검사용으로 개발된 특수 렌즈를 끼워 눈 사진을 찍고, 사진을 병원에 온라인으로 전송하면 전문의가 판독하는 식이다. 특수 렌즈에는 시야각 확대, 짧은 거리 초점 고정을 돕는 기술이 담겼다.

프로젝트봄의 간이 안질환 검출기 개발 아이디어를 현실화한 데엔 기술 지원에 나섰던 삼성전자 '갤럭시 업사이클링'팀의 도움이 컸다. 낡은 스마트폰을 재활용해 새로운 IT 설루션을 개발하는 이들은 구형 카메라 렌즈를 활용, 초기 모델의 10% 비용으로 아이라이크를 재탄생시켰다.

프로젝트봄은 지난 2017년 기기 개발에 나선 이후 지금까지 베트남에 40대를 보급했고, 이를 통해 베트남 지역 주민 1만4000여 명이 눈 검사를 받았다.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 질환의 전조 증상이 발견된 환자만 해도 1000여 명에 달한다. 프로젝트봄에서 활동하는 윤상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첫 사업지인 베트남 북부 꽝찌성에서 당뇨성 안질환이 심각한 어르신을 진단했는데, 다행스럽게 큰 병원으로 가서 치료받고 시력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프로젝트봄은 현지화 전략에 힘쓰고 있다. 베트남 의료 시스템에 아이라이크가 잘 녹아들 수 있도록 베트남 정부와 협의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기기에 반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네팔·캄보디아 등 여러 나라로부터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프로젝트봄은 "실명으로 이어지는 안질환 문제는 개발도상국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라며 "앞으로 아이라이크를 각국 현지 상황에 맞게 발전시켜 더 많은 사람을 실명의 위험에서 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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