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피 끈적끈적… 여름 심근경색, 겨울 앞질렀다

조선일보
입력 2019.06.22 03:01

[오늘의 세상]
작년 10만명이 '급성 심근경색'… 4년 사이에 환자 수 30% 늘어

경기도 남양주에 사는 김모(59)씨는 2년 전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쓰러져 스텐트 삽입술을 받았다. 평소 고지혈증과 고혈압이 있던 김씨가 회사 출근길에 갑작스레 쓰러진 것이다.

회복 후 김씨는 건강관리를 위해 주말마다 한강변을 달린다. 지난여름에도 김씨는 햇볕 좋은 날을 골라 달리기를 했는데, 갑작스러운 흉통으로 다시 쓰러졌다. 급성 심근경색증이 재발한 것이다.

김씨처럼 지난해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쓰러진 사람이 10만명을 넘어섰다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1일 밝혔다. 급성 심근경색증은 심장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혀 심장근육이 죽는 병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급성 심근경색증 초기 사망률은 약 30%로, 사망 환자의 50% 이상은 병원에 오기도 전에 사망한다. 돌연사 대부분의 원인이기도 하다.

◇환자 수 여름에 더 많아

심평원 통계를 보면,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4년 8만1824명에서 2018년 10만9802명으로 30% 늘었다.

여름철 심장 건강 지키려면 외
월별로 따져 보니 겨울철인 12~2월 환자 수는 7만7021명, 여름철 6~8월 환자 수는 8만471명이었다(2017년 기준). 심혈관 질환은 주로 겨울에 많이 발생한다는 통념과 달리, 여름에 오히려 환자가 많았다. 월별 환자를 모두 합친 수가 연간 환자보다 많은 이유는 한 해 여러 번 병원에 간 이들이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급성 심근경색증은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겨울에 혈관이 수축해 위험한 것은 맞지만, 여름에는 또 다른 이유로 발병 위험도가 높다는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탈수 현상'이다. 여름철 더위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리면, 몸속 수분이 적어진다. 이로 인해 혈액 점도가 높아져, 끈적끈적한 상태가 된다. 이런 혈액은 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져 생기는 피딱지, 혈전(血栓) 발생 가능성을 키워, 관상동맥을 막아 급성 심근경색증 발생 위험을 높인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여름철 온도·습도가 둘 다 높은 고온 다습한 기후에서는 땀이 잘 증발되지 않아 체온이 올라가기 쉽다. 한양대 명지병원 심장내과 조덕규 교수는 "땀이 증발 안 돼 체온이 높아지면 우리 몸은 체온을 낮추기 위해 피부로 많은 혈액을 보내야 한다"며 "이 경우 심장에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 교수는 "폭염이 심할 땐 땀 흘리는 무리한 운동을 자제하고, 수분 보충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했다.

◇전조 증상 있을 때 병원 가봐야

심근경색증을 예측할 수 있는 전조 증상을 느낄 때가 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덕우 교수는 "계단을 오르는데, 가슴이 뻐근해지거나, 운동하면서 평소와 달리 가슴이 답답하고 아픈 경우 등이 심근경색증 전조 증상"이라며 "쉬면 대부분 증상이 사라지니까 무시하고 지나가기 쉬운데, 그런 경험을 1~2번 하다가 쓰러져서 병원 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이미 한 차례 급성 심근경색증을 겪은 환자들을 의료 시스템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고영국 교수는 "이들은 단기간 내 매우 높은 확률로 다시 급성 심근경색증이나 뇌졸중과 같은 중증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군"이라며 "사후 관리 실태를 파악해 적극적으로 재발 예방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사망 위험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심근경색증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평소 생활 습관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 고영국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60대에 가장 많이 생기니 인구 고령화로 앞으로 한 해 환자가 10만명을 훌쩍 넘을 것"이라며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생기기 쉽지만, 최근에는 40대 젊은 사람들도 심심찮게 많이 생기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고 교수는 "서구식 생활 습관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이미 심근경색증 위험 요인이 숨어 있는데도 방심한 채 과격한 활동을 하다 심근경색증에 당한다"며 "금연은 필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정기적인 운동을 하고, 지방질 섭취를 줄이고, 검진을 통해 혈압, 혈당, 고지혈증 등을 정상 수치로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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