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진핑, 북핵을 美·中 패권 경쟁 카드로 쓰겠다는 건가

조선일보
입력 2019.06.22 11:49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북이 북핵 폐기를 진전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을 설득해 핵 폐기안을 얻어낸 뒤 다음주 일본 G20 회담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전달하면 미·북 비핵화 협상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그러나 북·중 정상 간에 오간 대화 내용만 보면 분위기가 다르다. 김정은은 하노이 회담에서 자신이 제시한 영변 노후 시설 폐기 카드를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한 실망감을 표시했고, 시진핑은 북한의 그런 입장을 합리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 대신 타협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화답했다. 공개되지 않은 다른 논의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시진핑이 김정은에게 핵을 포기하라고 압박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시진핑이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고 한 것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핵 폐기가 아니라 김정은이 원하는 타결 구도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김정은이 원하는 타결 구도는 비핵화를 언제 끝날지 모를 장기 과제로 만들어 놓은 채 제재를 해제해 사실상의 핵국가가 되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의 대북 제재에 일정 정도 협조해 왔다. 그런 중국의 태도가 국제 사회의 대북 압박 효과를 크게 높인 것이 사실이다. 중국이 이 입장을 바꾸겠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시진핑이 방북한 시점이다. 지금 미·중은 세계적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공세이고 중국은 완연한 수세다. 중국이 이 수세를 모면하기 위해 '북핵' 카드를 빼 든 것이라면 북핵 폐기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것이다. 미·중 패권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몇 년 사이에 결판날 성격도 아니다. 잘못하면 이 와중에 김정은이 핵을 가진 채로 살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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