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 한장 사준 적 없는 정부… 私學을 호주머니 속 물건 취급"

조선일보
입력 2019.06.21 03:30

전북교육청이 자사고 취소… 상산고 홍성대 이사장 인터뷰

상산고 홍성대 이사장
"우리나라 정부는 사학을 마치 호주머니 속 물건 취급하고 있어요. 자기 멋대로 이렇게 옮겼다 저렇게 옮겼다…. 사재 털어 학교 운영하면, 최소한 권한을 줘야 하잖아요? 지금 정부는 돈 잔뜩 투자하라고 해서 해놨더니 이제 필요 없다면서 빠지라고 하는 거예요. 이걸 누가 수용합니까."

'수학의 정석' 저자이자 전주 상산고 설립자인 홍성대(82·사진) 이사장은 20일 본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전북교육청은 "상산고가 운영평가에서 기준점 80점에 미달하는 79.61점을 얻어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를 밟겠다"고 발표했다. 향후 교육부가 동의하면 상산고는 17년 만에 일반고로 전환된다. 홍 이사장은 교육청 발표에 대해 "기가 찰 노릇이지만 현 정부가 꾸준히 (자사고 폐지를) 추진해왔기 때문에 놀랍거나 당황스럽진 않다"면서 "앞으로 당당하고 의연하게 절차에 임하겠다"고 했다. 만약 교육부까지 교육청의 지정 취소 결정에 동의하면 사법부에 소송을 낼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사법부만은 법적으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했다.

홍 이사장은 타 시도의 자사고 재지정 기준점은 70점인데, 전북만 80점으로 높여 탈락하게 된 것이 불공평하다고 했다. 그는 "만약 사법부마저 우리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이 나라에선 애들 교육 못 한다"고 했다.

홍 이사장이 지금 가장 걱정하는 것은 상산고 재학생들이 동요해 공부에 지장 받을까 하는 것이다. 이날도 그는 아침에 학교로 나가 학생들을 다독였다.

홍성대 이사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아이들에게 '학교 일은 어른들이 다 알아서 할 테니, 너희들은 오로지 공부만 해라'고 당부해왔는데, 아이들이 지난달엔 '학교가 험한 꼴 당하는 걸 보고서 가만있을 수 없다'며 대통령에게 손 편지 396통을 써서 보냈다"면서 "그것까지 말릴 순 없더라"고 했다.

지난 17년간 그는 학교에 전입금으로 463억원을 투자해 왔다. 한 해 20억~30억원씩이다.스테디셀러가 된 '수학의 정석' 판매 이익 상당 부분을 학교에 투자한 것이다. 홍 이사장은 "학생들에게 계속 좋은 교육 시키려면 여태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큰돈을 내야 하는데, 지금 내 꼴은 이 돈을 제발 계속 쓰게 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고, 심지어 재판까지 하는 지경"이라면서 "좋은 학생 길러내면 그 혜택을 내가 보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도저히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홍 이사장은 현 정부와 좌파 교육감들이 자사고 폐지 정책을 추진하는 데 대해 "근본적으로 사학의 존재 의의를 모르는 사람들이 정책을 집행하고 있어 벌어지는 일"이라고 했다. 사학은 설립자가 건학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사재 털어 세운 학교로, 학생 선발권, 교육과정 운영권 등 권한을 가져야 하는데도 정부가 '평준화' '평등교육'을 이유로 모든 권한을 학교 설립자에게서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홍 이사장은 "설립할 때 땅 한 평, 벽돌 한 장 안 사줘 놓고 이제 와서 '학교 지었으면 물러나라. 이제 우리가 운영하겠다'고 밀어붙이는 게 지금 정부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정부의 교육 정책이 계속되면 학교뿐 아니라 국가의 미래가 암울해질 것이라고 했다. "과학, 외교, 경제 모든 분야에서 인재가 없어 쩔쩔매는 우리나라인데, 모든 교육을 획일화, 평준화하면 4차 산업혁명의 높은 파고를 헤쳐나갈 수 있겠느냐"고 그는 되물었다.

"정부가 할 일은 사립학교가 건학 이념 따라 다양한 교육 할 수 있게 이끌어 주는 겁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나라 경쟁력도 높아질 겁니다. 선진국들 다 그렇게 하잖아요. 일부 부정·비리 사학은 법대로 강하게 처벌하면 되니, 제발 잘하는 사학들까지 누명 씌워 다 똑같은 학교로 만들지 말아 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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